
오늘 밤부터 4강 진출전이 벌어지는 러시아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니 강팀과 약체의 차이는 선수 개인에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던 스웨덴 국가대표팀이 잘 짜인 조직력으로 8강에 오른 것만 하더라도 그렇다.
국가 간 무역전쟁이 한창인 지금 현 정부 경제팀의 팀워크는 어떠한가. 1년간의 정책 엇박자와 불협화음을 보면 누구라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려울 것이다. 정책 측면에서 보면 지난 1년은 정책을 시행했다기보다 경제에 대한 오진단과 잘못된 처방을 만회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에 역량이 소진된 인상이다. 소득 재분배와 같은 사회문제가 있다고 할 때 체계적 접근을 위한 정책 프로그램 없이, 또 이를 집행하기 위한 제반 조건, 집행을 위한 행정에 대한 자원 배분은 해놓지 않고 설익은 정책으로 앞장서며 도덕적 우월감만 독점해온 경제정책의 백패스에 수비진이 힘들었다.
기껏해야 극소수 포스트케인스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임금주도성장(wage-led growth)을 포장지만 갈아끼운 짝퉁 상품인 소득주도성장은 시장의 가격 기능을 약화시키는 데서 나아가 무분별한 경제에 자원 배분의 왜곡과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소득재분배 정책을 성장정책으로 둔갑시킨 참모들의 책임이 크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하느니만 못한 조세 체계 개혁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복잡한 시스템(complex system)이라 조세 정의에 대한 철학과 원칙에 합의해 전체 경제 시스템에 적용해야지, 부분을 땜질식으로 수정하면 다른 부분과 어긋나는 부분이 계속 생겨난다. 부분적으로 맞을 수 있는 개혁이 전체 시스템에 혼란을 일으키고 부하를 주어 예측하기 어려운 약한 부분이 무너지는 현상이 지진, 화산 폭발 같은 것들이다. 이런 개혁을 앞세운 설익은 조잡한 강제 조정은 경제 시스템의 갑작스러운 위기의 근원이 된다.
이러한 경제정책의 불협화음과 엇박자의 원인은 무엇일까. 주지하듯이,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미비, 경제 내 역할 배분에 대한 조정 결여, 합리적인 정책 결정의 규칙 혼란에 그 원인이 있다. 기술위원회라고,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 설정과 역할 분담에 대한 지휘는 놓아둔 채 다른 팀에서 인정하지도 않고, 체계화되지도 않은 엉뚱한 전략을 전술코치에게 강요하니 혼란만 일어난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감독에게 있다.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추진하려면 정책 추진을 위한 리더십·의지·추진력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대한 대응력이 있어야 하고 실행을 위해 조직·인원·재원 등이 다 갖춰져야 한다. 또한, 과거 다양한 형태의 정책 수행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체득된 정책 관리에 관한 숨겨진 지식(tacit knowledge)도 필요하다. 이러한 역량은 외부자의 시각에서 정책 내용을 비판만 해온 학자나 이론가, 시민단체들에는 없는 요소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정책의 불협화음을 제거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경제팀의 주전인 기획재정부에 주장이자 주공격수의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감독을 보좌하는 기술위원회는 팀 컬러와 전략의 큰 그림을 그리되 그라운드의 팀 운영은 주장이 컨트롤타워가 돼 진행해 나갈 때 제대로 된 공격과 수비가 나올 수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금융소득 과세를 둘러싼 재정개혁특위와 기재부의 혼선처럼 감독이 우왕좌왕하면서 팀원들의 역할을 조정하지 못하면 경기장에서 망신만 당하게 된다. 사실 지금도 그러고 있고, 이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최종 의사 결정자인 감독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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