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국내 경기 지표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2개월 연속, 설비투자는 3개월 연속 감소세다. 투자가 준다는 것은 경제 주체들이 미래를 어둡게 본다는 뜻이다. 가장 불길한 지표는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다. 통계청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 전환점’으로 판단한다. 경기가 추세적으로 상승 국면에서 하강 국면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올해 5월 전(全)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0.3% 늘면서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6월 수출이 소폭이긴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까지 가세한 ‘통상 전쟁’은 갈수록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또다시 등장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안 되기만 하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전(前) 정권, 전전(前前) 정권의 사례를 돌이켜 보자. 경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상황이 개선된 적이 얼마나 있는가. 대통령이 신(神)이라도 되는 것처럼, 문제만 안 풀리면 대통령을 찾는 것은 왕조(王朝) 시대의 잔재 아닌가.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는 것도, 대통령의 권력이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저(低)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겠다고 최저 임금을 급격히 인상했지만, 저소득층 소득이 정말 늘었는가.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Good intentions don’t always lead to good results.)’라는 서양의 금언(金言)은 오늘날에도 새길 가치가 있다.

대통령이 경제에 무관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한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이 본인의 철학에 맞게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물론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難題)나, 대통령 본인이 잘 아는 사안일 경우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게 바람직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경제 사안 전반에 대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불러오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 대통령의 발언이 ‘도그마(교조)’나 ‘신성불가침’이 될 우려도 크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 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발언을 한 뒤, ‘최저임금 속도 조절론’은 공직 사회에서 금기어(禁忌語)가 됐다.

공자는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안다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통령 탓”이라거나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는 그만할 때도 됐다.

haedong@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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