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또라이’는 그렇게 오래전부터 쓰인 말이 아니며, 또 지금과 같이 심각한 정도나 상태를 반영한 말도 아니었다. ‘또라이’라는 말은 1978년 11월 24일 자 경향신문 기사에 처음 보이는데, 여기에는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또라이’라는 말이 권투 경기의 후유증이 심해서 가벼운 정신이상 증세를 일으키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권투인을, 권투인 스스로가 붙인 슬픈 이름이라는 것이다. 당시의 권투 열기와 경기 중의 불상사를 기억한다면 이와 같은 기사 내용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
‘또라이’의 어원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고려해 동사 ‘돌다(정신에 이상이 생기다)’와 관련해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또라이’는 다름 아닌 ‘돌아이’에서 변한 말이며, ‘돌아이’는 ‘아이’에 접두사 ‘돌-’이 결합된 어형이다. 접두사 ‘돌-’은 ‘돌계집, 돌무당, 돌중’ 등의 그것과 같은 것으로, ‘수준 이하의’ ‘질이 떨어지는’ 정도의 의미를 띠며, ‘石’의 ‘돌’에 기원한다. 이에 따른다면 ‘돌아이’는 보통 아이와는 달리 수준이 떨어져 이상하고 모자란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아이를 가리킨다.
‘돌아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부각하면서 ‘똘아이’로 되게 발음했을 것이고, ‘똘아이’의 어원이 불분명해지자 ‘또라이’로 표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상식 밖의 사고와 행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아이’에서 일반인 전체로 의미 적용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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