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논설위원

군용 소총과 관련된 3대 거짓 영화 장면이 있다. 첫째, 주인공이 탄약 걱정 없이 마구 사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동으로 사격하면 불과 수 초 만에 탄창이 비게 된다. 둘째, 자물쇠를 총으로 쏴 부수는 장면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물쇠가 찌그러질 뿐 깨지지 않는다. 총알이 튕겨 나가기에 위험하다. 이 때문에 미군 특수부대 교범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셋째, 소총 공격을 근접해서 받을 경우, 애인이나 친구를 보호한다며 맨몸으로 막는 행위다. 두 사람 모두 죽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산시성의 광학·정밀기계연구소가 구경 15㎜, 무게 3㎏, 사거리 800m 레이저 소총 ‘ZKZM-500’을 개발했다고 한다. 에너지원인 리튬 배터리를 완전 충전하면 2초마다 한 발씩 1000발 이상을 쏠 수 있다고 하니, 탄약 소모 문제는 꽤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력이 약해 자물쇠를 깨뜨릴 정도는 아니며, 따라서 맨몸으로 막으면 동료는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공상과학 영화 덕분에 레이저총의 이미지가 많이 왜곡됐다. 첫째, 영화에서 레이저총을 발사할 때, ‘뿅뿅’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레이저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전자기파 일부가 약간의 소음을 동반할 수는 있으나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으며, 출력 증폭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 역시 발사 소리는 아니다. 영화에서의 소리는 효과음일 뿐이다. 총소리가 안 나면 재미없기 때문이다. 둘째, 영화 속의 레이저총에서는 빨간색·파란색·초록색 등 온갖 형형색색의 광선이 나온다. 이 역시 시각적 효과를 노린 것일 뿐이다. 레이저 광선은 육안으로 관측되지 않는다.

레이저총이 보병 개인 화기가 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러나 대공 방어 무기로의 효용성이 주목되고 있다. 레이저 속도가 요격 미사일보다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사일은 한 발 한 발이 비싼 반면, 레이저는 초기 비용이 높더라도 추후엔 전력(電力)만 있으면 된다. 또, 미사일·전투기는 그 특성상 장갑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현재 레이저의 낮은 화력도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미사일)을 아이언 빔(레이저)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세계사를 바꿨던 총포 화약 시대가 저물고 광학무기 시대가 도래하나. 공상과학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가깝게 다가온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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