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탁본(拓本·나무와 금석에 새긴 문자와 부조의 모양을 종이에 뜬 것)과 지석(誌石·죽은 사람의 인적사항이나 무덤의 소재를 기록해 묻은 판석이나 도판) 100여 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이색적인 전시가 열린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의 백악미술관에서는 오는 19일부터 8월 1일까지 ‘다시 볼 수 없는 비장비첩(秘藏碑帖)-북한 금석문 100선전’을 개최한다.
소장자인 한상봉(70) 한국서예금석문화연구소장의 수집품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에는 특히 탁본 외에 원래의 지석까지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북한에서 유출된 탁본과 지석이 함께 전시되는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시되는 수집품 중 고려 광종 무렵으로 추정되는 황비 지석, 직산 최씨 시조인 최홍재(崔弘宰)의 지석, 또 조선시대에 들어와 연암 박지원이 지은 임회 박씨(臨淮朴氏)와 최공의 묘지명 등은 문화재급 자료로 희귀 소장품들이다. 한 소장은 “북한의 금석문과 탁본은 중국 단둥(丹東)을 경유해 유출된 것들을 어렵게 사 모은 것”이라며 “서화와 달리 탁본과 지석은 위조가 어렵기 때문에 전시되는 소장품들 모두 진품이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한 소장은 이번에 전시되는 북한의 지석과 탁본 외에도 400여 점의 북한 탁본과 지석을 더 소장하고 있으며, 남한 쪽 탁본과 지석까지 합치면 1만여 점이 넘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엄청난 소장품 덕분에 한 소장은 주변에 탁본과 지석 컬렉터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40여 년 전 안진경체를 익힌 서예가이자 비석의 명문(銘文)을 연구하는 학문인 금석학 전문가이기도 하다.
금석학은 그 당시의 역사와 미술, 서예를 비롯한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학문이다. 추사 김정희 이후 금석학이 마땅히 터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 소장의 존재감은 더욱 커 보인다.
“탁본과 지석이 중국과 일본에 많이 흩어져 있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그나마 제가 이 정도 수집해 갖고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이 가지고 있어도 사실 제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언젠가 충분히 모여졌다 싶으면 정리한 후 어느 기관에든 보내 잘 보존할 계획입니다.”
글·사진=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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