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사와 전쟁’ 발언 파장

“소비자 보호 위해 감독 강화”
갑질·부당대출 등 철폐 의지
시장개입 넘어 경영개입 촉각

금융위도 곧 ‘소비자국’ 신설
“명분 내세워 ‘옥상옥’ 규제”


금융권에 느닷없는 ‘윤석헌 포비아(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그는 금융감독원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특정 금융사를 지목해 금융사 경영 전반을 샅샅이 훑는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겠다고 했다. 그를 조용하면서도 합리적인 스타일로 평가했던 금융권은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규제권을 휘두르는 ‘신(新) 관치’ 우려 속에, 금융정책 당국인 금융위원회와의 갈등과 금융권 내 역풍을 점치는 시선들이 늘고 있다.

윤 원장이 9일 내놓은 금융감독혁신 과제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감독·조사 강화’다. 그는 금융사의 갑질, 부당대출, 불완전판매 등을 대표적인 근절사례로 지적했다. 올 초 신년사에서 ‘금융권의 갑질과 부당대출 등 금융 적폐를 없애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현 정권의 ‘금융 과외교사’로 불리는 윤 원장이 내놓은 금융혁신 과제가 현 정부의 금융개혁 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권에선 윤 원장의 금융감독 강도가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기식 전 금감원장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3년 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겠다는 윤 원장의 방침에 또 다른 관치금융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과거 공포의 대상이었던 종합검사는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개입할 수 있는 권력의 원천이었다”며 “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시대를 거스른 ‘관치금융’이 더욱 심해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상급 정책당국과 갈등도 예견되고 있다. 금융위도 조만간 조직개편을 통해 ‘금융소비자국’을 신설하는 만큼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옥상옥’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윤 원장이 강조한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키코(KIKO) 사태 재조사 등이 금융위의 기존입장과 차이가 있다. 경영 개입 가능성도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크다. 금감원의 종합검사가 시장 개입을 넘어 특정 금융사에 대한 경영 개입에 나서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전에 혁신과제의 내용을 알려왔다는 점에서 ‘협의’는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합의’는 없었다”면서 “워낙 촉박하게 보내와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내놓을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 원장이 본격적인 ‘금융위 패싱’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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