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적 대통령 다짐했지만
재무장관에 사위 임명 등
‘21세기 술탄’ 야욕 드러내

개헌때 韓헌법 참고하기도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에게 투표한 이들뿐 아니라 8100만 터키인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터키 대통령이 9일 터키 역사상 첫 ‘제왕적 대통령’ 권좌에 올랐다. 터키 정치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바꾼 지난해 개헌이 한국 헌법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민주적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취임과 함께 자신의 사위를 핵심 장관 자리에 임명하며 취임사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이날 수도 앙카라 터키의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는 민주주의와 기본권, 자유, 경제와 투자 측면에서 훨씬 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7월 군부 쿠데타 직후 선포한 비상사태를 종료하겠다고 약속하며 “주인이 아니라 ‘국민의 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상사태 해제를 앞두고 경찰, 군인, 교사 등 공무원 1만8632명을 대거 해임한 사실을 의식한 발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터키의 새로운 대통령중심제도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강력한 대통령중심제로의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켜 에르도안 대통령은 공직자 임면권을 비롯해 국가비상사태 선포권, 검찰 수뇌부 인사권 등 유례없는 권력을 손에 쥐게 됐다. 의회해산권도 확보하는 등 사실상 입법·행정·사법 전체를 지배하는 셈이다. 대통령 1인에게 강력한 권한을 집중시킨 개헌안은 한국 헌법의 제왕적 대통령제 요소를 상당수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개헌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 측근들은 한국이 강력한 대통령중심제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뤄낸 반면 의원내각제였던 터키는 1970년대, 1990년대 정치 불안정으로 한국에 뒤졌다며 개헌 정당성을 역설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사위인 베라트 알바이라크 전 에너지부 장관을 핵심 요직인 재무장관으로 임명하며 ‘21세기 술탄’으로서의 야욕을 드러냈다. 훌루시 아카르 터키군 총사령관은 국방장관에 임명됐다. 개헌에 따라 총리직은 없어졌다.

한편 이날 열린 에르도안 대통령 취임식에는 글로벌 정치 무대의 주요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 등이 참석했고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도 자리를 지켰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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