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브렉시트派 각료 3명 사임
연착륙주의자들 임명하며 진화

여론조사 64%“총리 신뢰 안해”
44%“다른 인사가 협상 나서야”


테리사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정책에 반발한 장·차관 세 명이 이틀 만에 잇따라 사임하면서 브렉시트를 앞두고 있는 영국이 비틀거리고 있다. 메이 총리는 전격 사임한 보리스 존슨(사진) 외교부 장관 대신 온건파인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을 외교부 장관 자리에 앉히고 정국 안정을 도모했지만 내홍에 빠진 내각이 단일한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영국민의 64%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메이 총리는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9일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사임한 존슨 외교부 장관의 후임으로 헌트 보건장관을 임명했다. 존슨 전 장관은 영국의 완전한 유럽연합(EU) 탈퇴인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총리실은 트위터를 통해 “여왕이 2012년부터 보건장관을 지낸 헌트를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안을 기쁜 마음으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또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부의 데이비드 데이비스 장관과 스티븐 베이커 차관이 사임한 가운데 도미닉 라브 전 주택 장관을 새로운 브렉시트부 장관에 임명했다.

존슨 전 장관과 데이비스 전 장관, 베이커 전 차관은 그동안 메이 총리가 추진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정책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존슨 전 장관은 사임 서한에서 “(소프트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건 양심에 어긋나기 때문에, 나는 슬프지만 내가 떠나야만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우리는 식민지 상태로 가고 있다. 지금 정부는 EU 앞에 백기를 흔들고 있다. 이는 ‘세미 브렉시트’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데이비스 전 장관도 “이번 정부 제안 때문에 향후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입지가 좁아질 것이다. 영국이 탈출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일 체커스에서 12시간에 걸친 각료회의 끝에 △상품 교육을 위한 자유무역지대 설치 △금융부문 협정 추진 △영국·EU 간 거주 및 이동체계 재정립 △관세협정 추진 등을 담은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하드 브렉시트파는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 실시 가능성도 언급하며 반발하고 있다.

최대 위기에 봉착한 메이 총리는 영국민의 불신도 극복해야 한다. 이날 스카이뉴스가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메이 총리가 최선의 협상을 할 수 있음을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22%로, 지난해 3월 조사에 비해 32%포인트나 급락했다.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메이 총리보다 다른 보수당 인사가 더 적합하다”고 답한 이들도 44%에 달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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