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친문(親文)’ 일각의 행패가 또 도(度)를 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게시판에 ‘대통령을 모욕하는 언사로 가득 찬 시위에 동조하는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長官)의 파면을 요청한다’는 국민청원이 제기된 지 3일째인 9일 현재 동참자가 4만5000여 명에 이르렀다. 그 대부분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라고 한다. 여성 문제 주무 부처 장관이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 현장을 찾은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시위대의 문 대통령 비판·공격 사실을 앞세워 정 장관을 매도한 것은 반이성(反理性)의 전형이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불법 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 수행원 없이 혼자 다녀온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며 ‘불법 촬영 및 유포 등의 두려움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시위에 가담하거나 동조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청원자는 ‘반정부 선동에 동조하는 장관’이라고 왜곡하며 ‘문 정부 이념과 정책 방향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선동했다. 앞뒤부터 맞지 않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등을 지내며 여성운동을 해온 역사학자인 그를 장관에 임명한 것은 문 대통령이다.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처럼 문 대통령도 투신하라는 취지의 ‘문재인 재기해’ 구호, ‘문’을 뒤집은 글자 ‘곰’ 형상의 마스크 등으로 문 대통령을 조롱한 시위에 대해 못마땅하게 여길 수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몰래카메라 범죄의 경우 남성 피의자가 더 강력한 처벌을 받고 있다”고 한 발언을 비판하는 시위 현장 방문조차 매도한 친문은 문 대통령도 욕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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