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조직이다. 이 때문에 지휘관의 리더십과 솔선수범, 이를 통해 부하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것은 군(軍)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최근의 몇 가지 사례만 봐도 군 기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대화 분위기 속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국군의 독자적 훈련까지 줄줄이 연기·축소되고, 주적 개념도 사라지는 등 안보 태세가 약화하는 와중에 군기(軍紀)마저 풀어진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또 발생한 송영무 국방장관의 설화(舌禍)는 어이가 없을 정도다. 송 장관은 9일 각 군 성(性)고충전문상담관들과의 간담회에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여성들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다. 이를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내용도 시기도 장소도 부적절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해군 준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하려다 구속된 데 이어 육군 준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직위해제되는 등 잇단 성범죄 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송 장관은 지난해 11월에도 “미니스커트는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고 한다”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최전방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했을 때였다. 지난해 5월 성폭력 피해자인 여성 해군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줬다. 지난 5월에는 헌병단 대령과 중령이 여군 검사 2명을 성추행한 사건도 있었다.

최근 사회에서는 ‘미투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발생한 송 장관 발언과 장성 등 군 간부들의 성범죄는, 그들이 합리적 사고를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케 할 정도다. 그러지 않아도 군은 6·25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적 개편기를 맞이하고 있다. 병력 감축·3축 체계 변화·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국군 성격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3중 쓰나미’가 몰아닥치고 있는 것이다. 병력은 오는 2022년까지 육군 중심으로 11만8000명 이상 줄어들 예정이며, 신무기 도입 체계는 중단되거나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이미 최전방의 일부 군 시설 공사는 중단됐다고 한다. 어떤 외풍이 불어도 군은 강철 같은 기강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잠들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군기·인사 쇄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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