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만 환자 100만명 넘어
등록된 질환 암 등 1000개
‘개발단계 의약품’지정 때
시장규모 제한 기준 없애고
제출자료 면제 범위도 확대
치료효과 기대땐 신속 허가
신약 수수료도 절반 감면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프랑스 샤를 드골. 이들의 공통점은? 역사책에 나올 만큼 유명한 대통령이라는 점도 있지만 ‘마르판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았고, 이를 극복한 인물이기도 하다. 선천성 발육 이상 질환인 마르판증후군은 뼈와 근육, 심혈관 등에서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왕년의 농구 스타 한기범 선수 또한 이 질환을 앓았다. 이들처럼 극복한 사례는 현실에서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많은 이가 희귀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극히 적은 데다, 치료방법이 확립되지 않아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희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7000여 개로 추산된다. 약 3억5000만 명이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 가운데 50%가 어린이다. 희귀질환의 약 95%는 공인된 치료제나 치료법이 없는 상태다. 질환 자체가 임상 양상이 복잡해 진단이 어려워 확진까지 평균 7.6년이 걸린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는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으로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등록된 희귀난치질환이 1000개를 넘었다. 질환자 역시 100만 명을 넘어서면서 ‘희귀질환관리법’을 통해 희귀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희귀의약품’ 지정 지원 =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유병률이 2만 명 미만이거나 인구 10만 명당 42.5명 이내의 유병질환으로 적절한 치료방법과 치료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정부는 희귀의약품은 희귀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은 물론, 적용 대상이 드문 의약품으로서 대체 가능한 의약품이 없거나 대체 가능한 의약품보다 현저히 안전성 또는 유효성이 개선된 의약품을 지정해 지원한다. 정부는 희귀의약품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을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희귀의약품의 개발과정은 장기간 많은 투자가 필요한데 허가 신청을 위한 자료 제출에 어려움을 겪어 개발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비임상시험이 완료되었거나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바꿨다.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및 대상 질환은 암, 감염질환, 자가면역질환, 신경계질환 등 다양한 희귀질환에 대한 의약품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줄기세포 등을 활용한 세포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또 개발단계에서는 희귀의약품 지정 시 시장규모 제한 기준을 폐지했다. 시장규모 제한이 국내 제약사의 개발 의지를 낮추고, 고가의 글로벌 개발의약품의 국내 진입 제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과거에는 희귀의약품 지정 시 생산·수입 금액이 낮은(15억 원 이하) 경우만 지정했다가 현재는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희귀의약품 지정 신청 기준도 확대했다. 의약품 품목허가 시 우수제조기준(GMP) 평가를 위해 3개 제조단위 실적자료를 제출해야 하나 희귀의약품은 특성상 생산량이 많지 않으므로 1개 제조단위 자료만을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제출자료의 면제범위도 확대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희귀한 질환이나 긴박한 상황하에서 적용되는 희귀의약품의 경우에는 동 의약품의 특성에 적합한 치료적 확증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2상 임상시험으로 3상 임상시험을 갈음한다. 다만, 국내외 환자 수가 매우 적어 임상시험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희귀의약품의 경우에는 임상시험 대상자 수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신속 허가 후 지원 = 일단 허가가 되면 심사를 신속하게 처리한다. ‘에이즈, 암 등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질병에 대하여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 ‘희귀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제출 자료의 일부를 시판 후 제출하도록 하거나, 우선적으로 신속하게 심사해 허가하는 방식이다. 또 희귀의약품 시판허가 신청 시 수수료를 다른 신약의 절반 정도로 감면해주고 있다.
희귀의약품 개발 지원을 위해 재심사 기간도 10년을 부여해 다른 의약품(4∼6년)의 두 배가량으로 연장했다. 또한, 희귀의약품에 대해 제너릭(복제약)을 일정 기간 허가하지 않는 재심사제도를 통해 독점기간을 부여하면서 신약 개발 의지도 독려하고 있다. 수입허가·신고 절차도 생략할 수 있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의 장이 희귀의약품 및 희귀질환자 치료용 의약품의 공급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직접 수입하는 품목,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식약처장이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긴급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품목이 대상이다.
희귀의약품은 품목 허가일부터 5년마다 안전성·유효성을 다시 심사받아 허가증을 갱신해야 하지만, 이 역시 10년으로 연장했다. 희귀의약품 구입이 어려운 환자를 지원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시장성 등의 이유로 약국 등에서 판매하지 않는 희귀의약품 등을 수입해 공급한다. 또 환자가 자기치료를 목적으로 의사의 진단서를 받아 국내 미허가 의약품의 수입 추천을 요청할 경우 추천서를 발급, 통관을 지원한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