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이 지난 4일 구청 집무실에서 서울대 캠퍼스 타운 조성 계획 등 민선 7기 구정 운영 계획을 말하고 있다.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이 지난 4일 구청 집무실에서 서울대 캠퍼스 타운 조성 계획 등 민선 7기 구정 운영 계획을 말하고 있다.
박준희 구청장이 지난 2일 집중호우와 태풍 등 수해 우려가 큰 도림천을 찾아 안전관리 대책 등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관악구청  제공
박준희 구청장이 지난 2일 집중호우와 태풍 등 수해 우려가 큰 도림천을 찾아 안전관리 대책 등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관악구청 제공

- ‘지역경제 활성화’ 팔걷은 박준희 신임 관악구청장

낙성대 일대 ‘벤처밸리’ 세워
첨단산업시설·기업 유치 계획

‘샤로수길’등 둥지내몰림 심각
임대·임차인 상생방안 마련중

전문가영입 ‘협치위원회’ 구성
시민사회와도 함께 區政 논의


신림동 고시촌으로 상징되는 서울 관악구는 젊은이의 도시다. 20∼30대 인구비율이 전체 인구의 39%로 전국 1위를 달린다. 또 전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가 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신림동 고시촌에 직격탄이 떨어졌다. 대학동, 삼성동 일대의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청년층에 기댔던 지역 경제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박준희(55) 서울 관악구청장이 선거 기간에 “임대료 걱정 없는 골목 상권, 대학캠퍼스 타운 조성 등 주민과 상생하는 관악의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건 이유다. 실제로 그는 서울시의회 의원 생활을 하면서 주민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켜 달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상생과 혁신적인 대책을 마련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먹고사는 것’ 이상으로 구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든든한 경제 구청장’을 표방하고 나선 그가 향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떤 복안을 품고 있는지 들어보기 위해 지난 4일 집무실을 찾았다. 박 구청장은 당선 직후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변창흠 세종대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정책기획단을 꾸려 9일부터 20일간 ‘더불어 으뜸 관악’을 만들기 위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박 구청장은 “구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준엄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치장이나 홍보가 아닌 실력과 품격으로 인정받겠다”며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구의원 8년, 시의원 8년 등 모두 16년 동안 지역 정치를 꾸려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많은 경험과 내공을 살려 구민을 위해 봉사하는 능력 있고, 든든한 구청장이 되겠다는 것이다.

“저를 지지해주고 지금 제 손을 잡아주고 있는 15만3000여 명의 주민들과 함께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4년 뒤 평가받을 때에도 지금처럼 그대로 손을 잡고 간다면 좋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서운한 감정으로 손을 놓을 수도 있어요. 그때에는 아무리 애원해도 돌아선 마음을 잡을 순 없겠죠. 15만3000여 명의 주민들 손을 꼭 잡고 놓치지 않으려면 일도 잘해야 하고, 청렴결백해야 한다고 봅니다. 절대 그 손들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성실하고 청렴하게, 또 열심히 구정을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박 구청장은 “전임 유종필 구청장이 지난 8년간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시하며 도서관 도시, 인문학 도시, 평생학습 도시 등 지식문화 도시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민들이 지식문화의 혜택뿐만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좀 더 실질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방안 중 하나가 ‘대학캠퍼스 타운’ 조성사업이다. 외국에선 대학캠퍼스가 있는 도시들이 발달한 경우가 흔하다. 대학과 지역 사회가 협력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신개념 도시재생 모델이 바로 캠퍼스 타운 사업인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청년 창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한편 창업지원센터, 청년드림센터 등과 연계해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에 1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서울대 캠퍼스 타운은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선거 당시 관악주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 박 구청장은 “올 하반기 공모사업 전담조직을 설치한 뒤, 내년 중에 서울대와 협의해 서울시 공모사업에 신청, 2020년부터 캠퍼스 타운 실행계획을 본격적으로 수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구청장이 캠퍼스 타운과 연계해 경제거점으로 추진하려는 게 ‘낙성벤처밸리’ 육성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실리콘밸리처럼 서울대 후문 인근 낙성대 일대를 연구·개발(R&D) 벤처기업 밀집지역으로 육성해 창업을 촉진하고 지역 혁신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서울대 학생들이 졸업 후 관악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남아 있도록 첨단 산업시설과 기업을 유치할 생각이다.

박 구청장 공약사업의 또 다른 한 축은 ‘임대료 걱정 없는 골목 상권’이다. 그는 “서울대입구에 있는 일명 ‘샤로수길’이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단골집들이 자꾸 사라져 가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이 발생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보호해야 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안심상권조례를 제정해 장사할 여건을 만들어준 성동구처럼 자영업자가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유입으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나들가게(골목슈퍼)를 육성·지원해 임대인과 임차인, 지역주민이 상생하는 골목 상권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와 관련해서는 재정자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구청장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재정자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재정자치를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0% 대 20%인 데다 지방세의 대부분이 중앙정부의 핵심 의무인 보편적 사회복지비 지출이어서 지방 재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마다 주민의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한 사업을 펼치려면 현재 8 대 2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무 분담 비중에 맞게 6 대 4, 또는 5 대 5로 맞춰야 한다고 박 구청장은 주장했다. 그는 “중앙과 지방이 종속적·수직적 관계가 아닌 독자적·수평적 관계임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위원회처럼 구정 집행과정에서도 구청장 직속으로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더불어 관악협치위원회’를 만들 생각입니다. 시민사회단체와 공무원을 망라해 함께 참여, 구정을 논의하고 토론하는 형태입니다. 총액인건비 때문에 전문가를 제대로 영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과감한 시도를 통해 ‘일하는 문화’로 바꿔 나가려고 합니다.”

박 구청장은 “4년 후 신림선 경전철, 신봉터널이 완공되고 서부선, 난곡선 경전철이 착공해 사통팔달 으뜸교통으로 관악이 더욱 빨라져 있을 것”이라며 “봉천천 복원, 가족캠핑장, 도시농업공원을 통해 맑고 쾌적한 관악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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