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조업체 TBT 극복방안’ 전문가 좌담

[좌담]
최갑홍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안병화 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대응국장
고준성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봉석 LG전자 품질센터 제품시험연구소장

- 최갑홍 성균관대 교수
각국, 자국 산업보호 내세워
비관세장벽 적극 활용 추세

법·공학기술 겸비 인재 키워
복합화된 통상환경 대응해야

- 안병화 국가기술표준원 국장
컨소시엄 운영… 체계적 대처
숨은 규제 396건 분석해 공개

해외 규제 모니터링 강화하고
중장기 전략· 정책연구 급선무

-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위원
작년 비관세조치 216% 폭증
TBT비중 크고 증가속도 빨라

규제 대상 전기전자분야보다
식품· 의약품 비율 증가 뚜렷

- 김봉석 LG전자 연구소장
수출예정됐던 11개 품목 대상
베트남, 에너지효율 인증 요구

제품시험 시료 보내 인증 받아
10週 걸려…경제적 손실 부담


미국과 중국 간 양보 없는 관세전쟁이 본격화함에 따라 세계 무역이 요동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래 자유무역이 가장 큰 위기에 부딪혔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중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캐나다 등도 미국의 관세조치에 대한 보복을 단행하는 한편 개발도상국들도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벽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세계 각국은 관세조치뿐만 아니라 자국 내 규제를 통해 수입물품 유입을 가로막는 비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특히 내부 기술규제를 통해 외국 기업들의 상품을 제약하는 ‘무역기술장벽(TBT)’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우리 제조업체들이 TBT를 극복하고 세계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기 위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한지 정부·학계·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9일 국가기술표준원 주최로 문화일보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논의를 나눴다.

―대표적 비관세 장벽인 TBT가 세계무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최갑홍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이하 최 교수) = 관세장벽이 정책적으로 결정되는 무역장벽이라면, TBT는 산업구조가 반영돼 구조적으로 결정되는 무역장벽으로, 세계무역이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비관세장벽의 관세 환산치는 13.7%로, 세계 평균관세인 7.7%보다 높고, 그중 TBT가 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미·중, 미·EU 통상 분쟁으로 관세전쟁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단기적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한 통상 이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 에너지 효율과 같은 비관세장벽은 추세적으로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은 물론 기술개발, 인증제도 개선과 같은 기술적 이슈 중심이어서 제도 개선, 기술격차 해소와 같은 장기간의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WTO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해 비관세장벽을 낮춰 무역을 촉진하려고 TBT협정을 체결한 것이지만, 각국은 자국 산업보호를 위해 비관세장벽을 적극 활용한다.

과거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무역기술장벽(TBT)이 개발도상국들의 보호무역 조치의 주요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일 문화일보사에서 국가기술표준원 주최로 열린 ‘TBT 대응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TBT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 각국 기술규제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 능력을 높이는 한편 전문인력 양성에 민·관·학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과거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무역기술장벽(TBT)이 개발도상국들의 보호무역 조치의 주요 수단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일 문화일보사에서 국가기술표준원 주최로 열린 ‘TBT 대응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TBT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 각국 기술규제에 대한 정보 수집·분석 능력을 높이는 한편 전문인력 양성에 민·관·학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근 세계 각국 TBT 동향과 특징은?

△고준성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하 고 위원) = WTO 다자간무역체제하에서 국가들이 자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해 더 이상 관세를 활용할 수 없게 되면서 비관세조치를 보호무역 조치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2000년에 1449건이던 비관세조치가 2017년엔 3131건으로 216%나 증가했다. 비관세조치 중 TBT의 비중이 가장 크고, 증가 속도도 빠르다. 이는 기술규제가 TV세트, 장난감, 화장품, 의료기기 및 식품에 이르기까지 도처에 없는 곳이 없고, 기술의 발전 및 다양한 신제품의 출시 등으로 인해 그 대상품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 특징을 살펴볼 때, 과거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던 기술규제가 개도국 전체로 확산되며 이제는 개도국에서의 TBT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규제대상 분야별로 전통적인 전기·전자 분야보다 식품·의약품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WTO에 통보되지 않고 도입된 숨은 기술규제에 대한 특정무역현안(STC) 제기가 최근 들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국의 TBT 강화로 인해 수출 기업이 겪은 어려움 혹은 대응 경험에 대해 말씀해 달라.

△김봉석 LG전자 품질센터 제품시험연구소장(이하 김 소장) = 업체들은 수출현장에서 TBT로 인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본사의 사례를 든다면, 2012년 베트남에 제품 수출이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베트남 산업무역부가 2013년 1월부터 (갑작스레) 시행되는 에너지효율 인증규제에 따라 베트남에 수입되는 모든 전기가전 제품에 에너지 효율 인증을 필수적으로 요구했다. 대상만도 11개 품목이며, 가정용 에어컨, 냉장고, TV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베트남 내에 지정된 시험소에서만 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했으며, 인증을 취득한 후에는 6개월마다 인증서를 갱신하기 위한 재시험을 받아야 했다. 인증서를 발급받으려면, 베트남 정부가 지정한 시험소로 제품시험 시료를 보내 시험검사와 인증절차를 완료해야 했는데, 그 기간만 10주 정도 소요됐다. 기업의 경제적 손실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와 업체가 베트남 현지 규제 당국을 직접 방문해 규제 완화 협의 및 제3차 WTO TBT 위원회에서 베트남 대표단 양자회의를 추진해 베트남 에너지효율 인증제도 개정이 이뤄졌다. 6개월마다 치러야 할 인증서 갱신 요구가 삭제됐다. 또 국제표준에 따른 국제공인성적서나 우리나라에서 발급받은 국가공인 성적서도 허용됐다.

―그간의 민관 합동 TBT 대응 노력과 성과는 어떤가?

△안병화 국가기술표준원 기술규제대응국장(이하 안 국장) = 정부는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TBT 대응 컨소시엄’을 구성·운영 중이다. WTO에 통보된 해외기술규제 2585건(2017년도 기준)은 물론 주요국이 WTO에 통보하지 않고 시행하는 숨은 규제 396건을 분석해 업계에 정보를 제공했다. 매년 WTO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TBT 위원회 등을 통해 불합리한 해외기술규제를 해결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현지 설명·컨설팅 행사를 열어 호응을 얻었는데, 이런 행사를 통해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TBT 어려움을 해소할 계획이다.

―기업 입장에서 정부가 TBT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해줬으면 좋겠는가?

△김 소장 = 잘 알겠지만 기업 스스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대기업도 어려운데 중소 수출기업은 더욱 힘들 것이다. 규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개도국은 규제 당국에 접근이 어렵고 규제절차와 정보 입수가 쉽지 않아 민간기업이 대응하기 정말 힘들다. 대부분의 중기는 인력·정보력이 부족해 해외기술규제를 사전에 대응하기 어렵다.

바라는 바가 있다면 정부가 해당 국가의 기술규제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해외기술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보제공을 지속적으로 해줬으면 한다. 또 정부가 수출기업들과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하고, 기업들이 스스로 TBT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력 확보를 위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연구·개발(R&D) 지원을 해야 한다.

―다른 나라 TBT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전략이 무엇인지도 설명해 달라.

△안 국장 = TBT에 대한 정부 대응을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TBT 발굴·분석을 내실화해 애로 해소를 위한 대외협상력을 높일 계획이다. 시험인증 전문기관, 코트라, 기업의 해외 지·상사들과 협력해 해외규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정보를 조기에 수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대외협상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얘기했지만 기업들이 TBT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장컨설팅은 물론 R&D, 해외인증 취득 등 정부사업에 참여 연계·지원도 확대할 것이다. 정부도 사이버보안, 전기차 배터리, 화학물질규제 등 다수 부처가 관련된 현안의 경우 정부 내 의견 조율을 통해 민관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의체를 운영키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인해 국제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TBT를 포함해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우리의 통상정책이 어떻게 가야 할까?

△최 교수 = 아시다시피 미·중 관세전쟁은 시작됐다. 무역 갈등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철강에 이어 자동차 등 사실상 모든 품목에 관세 폭탄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부는 산업정책의 결과가 통상정책의 현안으로 나타나고, 통상정책의 결과가 산업정책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현 정부의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이 하나의 부서에서 수행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의 일환이다. 이런 기조 속에서 앞으로의 통상정책 방향도 3가지 측면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먼저 미·중에 치우친 수출 시장을 다각화해야 한다. 신남방, 신북방 정책을 통해 수출시장을 여러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는 수출품목을 고도화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신기술제품의 개발과 수출산업화, 핵심 부품 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기술혁신 지원 등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론 통상 이슈 해결을 위한 다자무역체제의 활용과 민관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FTA 체결을 통해 TBT 규제협력을 추진하게 된 배경과 그 성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고 위원 = 각 국가는 기술주권을 갖고 있어 각기 독자적 기술규제제도를 도입, 시행할 수 있다. 이것은 WTO TBT협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만 국가마다 부과되는 기술규제 요건이 상이해 수출 기업 입장에선 시장에 접근하는 비용이 커져 기술규제 그 자체만으로도 무역에 상당한 장벽으로 작용한다. WTO체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TBT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FTA를 통한 TBT 규제협력이 도입됐다. FTA에서의 TBT 규제협력은 규제 영향 평가 실시 등을 포함하는 모범규제관행(GRP·good regulatory practices), 신규 도입 기술규제조치 정보 접근 및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투명성, 체결 당사국의 기술규제 당국 간의 협력 등이 있다. 최근 미국과 EU는 각기 또는 함께 참여한 FTA 협상에서 규제협력 도입을 시도했고 내용상으로 GRP의 도입에 큰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수출주도형 산업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FTA TBT협상 과정에서 규제협력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TBT 대응 전문 인력 양성이 있나?

△안 국장 = 국내외 TBT 정책 및 기술규제 애로에 대해 동향 및 자료를 공유하고 정기적인 논의를 통해 TBT 중장기 전략 수립과 정책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각 대학원에 해외기술 규제 관련 과목 개설을 지원해 인력양성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TBT 대응 논문대회를 열어 TBT에 대한 인식제고를 강화하고 있다.

△최 교수 = 국표원 등의 지원으로 올해 하반기에도 서울대, 연세대, 숭실대 등에서 해외기술규제 과목이 개설돼 인력양성 기반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반기에 무역협회, 주요 대학원에 TBT 실무자·전문가 특강도 열린다고 알고 있다. 매우 고무적이다.

실제 기술규제장벽은 매우 어렵다. 복합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인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정보통신기술의 혁신은 엄청난 데이터양과 속도를 해결하기 위해 전송 속도와 정보량을 해결할 수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방식을 도입했다. 고도로 복합화된 통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법률, 통상, 공학기술 역량을 동시에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 같은 인재 육성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 학계, 전문연구기관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하고 개발도 지속돼야 한다.

정리=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