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빗줄기 속에

포위되었네 나는

신이 보낸 아침 광채처럼

사정없이 비가 내리네

비는

신열 끓는 추억의 이마를 적시고

이미 놓쳐버린

한 줌 영혼

수평선 파도 위

시나브로 녹아내리네

머리카락 끝에서

발가락까지

슬픔은 다 녹아서

지구 밖으로 하염없이 흘러내리네

다시 돌아오지 않는

가느다란 실개울의

은비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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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1945년 서울 출생. 197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중3 때 낸 첫 시집 ‘개척자’를 비롯, ‘사람의 향내’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누드 크로키’ ‘기호 여러분’ ‘우주새’ 등. 제1회 한국문학백년상, 제7회 앨트웰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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