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갈등 ‘노선 투쟁’ 옮겨붙나
“새로운 이념적 지표 세울것”
당내 일각 “짝퉁 좌파” 반발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수구적 보수, 냉전적 보수를 다 버리고 합리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념적 지표를 세워나가겠다”며 당의 대대적인 노선 변화를 예고했다. 6·13 지방선거 이후 궤멸 위기에 처한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대북·안보정책과 경제·사회 정책 노선을 재정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내 상당수 의원은 당의 급격한 노선 변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계파 간 감정싸움 양상으로 진행돼 온 한국당 내부 갈등이 전면적인 노선 투쟁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평화와 함께 가는 안보정당’, 일자리와 성장을 추구하는 ‘경제적 실용주의 정당’, 그리고 서민과 함께 하는 ‘선도적인 사회개혁정당’으로서 자기혁신과 정책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 이념해체, 수구 냉전 반성 운운은 보수의 자살이자 자해라는 주장은 우리 당내 갈등과 분열만 더 자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권한대행의 이런 주장은 김용태·김영우 등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 간 공감대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용태 의원은 통화에서 “동아시아 질서가 완전히 재편되면서 반공과 반북, 김정일 체제 부정이 아닌 새로운 수단을 강구해야 할 때가 왔다”며 “사회정책에서도 사회구조와 국민 가치관이 급격히 변화한 만큼 모병제와 비혼, 국가 양육 등에 관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의원은 “시장경제 기조 속에서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까지 품어줄 수 있는 따뜻한 보수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당내 상당수 의원은 이러한 노선 변경에 대해 극명하게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장우 의원은 “당 이념은 의원총회나 1박 2일 끝장토론 등을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절차적·민주적 리더십 없이 밀어붙이듯 당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상직 의원은 “한국당이 좌클릭을 해서 ‘짝퉁 좌파’와 같은 모습을 보이기보다 보수 우파의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북한에 대해서도 ‘퍼주기’만 생각하지 말고 시장경제 도입과 인권 문제 등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열린 당내 토론회에서도 당의 노선 및 정체성과 관련한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우택 한국당 의원 주최로 열린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보수정당’ 토론회에서 “시대적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보수 가치를 찾지 않으면 지지의 외연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보수 진영 내에서 노선과 가치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과 갈등이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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