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채택
“지원 이유로 정치권과 접촉
재판·법관중립성 침해 우려”
발의안 회의 뒤 표결할 방침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법원행정처의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법원행정처의 청문회 개입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법관대표회의는 오는 23일 예정된 회의에서 이를 공식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는 행정처 소속 판사 총 9명이 대법관 후보자 3명의 인사청문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2일 김선수(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이동원(17기) 제주지방법원장, 노정희(여·19기) 법원도서관장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날 “이상엽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지난 4일 발의한 ‘법원행정처의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지원 중단 의안’이 법관대표회의의 정식 안건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3일부터 3일간 진행된다는 점에서 법관대표회의에서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오는 11월 퇴임할 김소영 대법관의 후임자부터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엽 판사는 발의안에서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행정처가 (향후) 재판을 담당할 대법관 후보자의 청문회에 개입하는 것이야말로 재판이 사법행정에 흔들릴 수 있다는 외관을 꾸며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청문회 과정에서 행정처가 주도해 마련한 답변이 반복됨에 따라 행정처와 대법관 후보자 사이에 주요 이슈에 관해 이해관계를 공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면서 “재판과 사법행정의 분리를 위해서라면 대법원 재판을 맡을 대법관 후보자부터 행정처와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행정처가 청문회 지원을 이유로 정치권과 접촉하는 것은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만 낳는다”고도 비판했다. 이 판사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후보자가 자비로 컨설팅팀을 만들어 청문회에 대비하고,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경우에도 전속 연구관이 될 연구관이 청문회 준비를 맡고 있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법관대표들은 임시회의에서 발의안에 대해 논의한 후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법원 내부에서 오랜 논쟁거리였던 청문회 지원 문제는 이번에도 벌써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을 해놓고 그 이후 실제 임명 과정까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법관대표인 A 판사도 “사법부 독립을 위해 대통령과 국회는 대법관 임명 과정에 대해 견제와 감시를 하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는데, 법원 외에는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지원기관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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