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베스트셀러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의 저자이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촌 동생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영학부 교수가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특별 대담에서 밝힌 미국발 무역전쟁 원인에 대한 진단이었다. 문제는 ‘정부 보호’를 받아야 할 만큼 미국 기업을 쇠락하게 한 ‘주주 자본주의’ 모델 전철을 한국이 따라가면서 이제는 국내 산업도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엘리엇 같은 사람(투기자본)이 총회꾼 역할을 하면서 돈을 더 내놓으라고 하니 기업은 투자할 이윤이 없고, 단기 이윤을 더 내야 하니 하청기업과 노동자를 쥐어짜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교과서에서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서 경제 성장을 하게 한다는 주주 자본주의 모델이 현실에서는 우리나라를 현금자동인출기로 전락시키고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들어온 돈이 나간 돈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이 영향으로 1997년 외환위기 전만 해도 국민소득 대비 14∼16%에 달했던 설비투자가 지금은 절반 수준(7∼8%)으로 반 토막 났으며, 경제성장률(1인당 국민소득 기준)은 같은 기간 6%대에서 2∼3%대로 곤두박질치게 됐다는 장 교수의 진단이었다. 그 결과 조선·철강 등 주력 산업은 중국에 잠식당했고, 제약·기계·부품·소재 등 유망 산업은 선진국 장벽을 뚫지 못하고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1위지만 중국의 도전으로 안심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주주 자본주의 신봉자’로 불려 온 장하성 정책실장의 생각을 묻고 있다. 현 정부는 혁신·투자의 중요성을 홀대하면서 주주 자본주의자 주장처럼 대기업 지배구조를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는 식의 행보를 보여 왔다. 지금이라도 미국의 교훈을 돌아보고 하청기업과 노동자를 쥐어짜게 하는 진짜 장본인이 누구인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국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을 새로 짜야 할 때가 아닌가.
이관범 경제산업부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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