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영유권 승소 2주년
親중국행보 두테르테에 항의


‘중국의 한 지방인 필리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친(親)중국 행보를 비난하는 플래카드(사진)가 필리핀 수도 마닐라 곳곳에 내걸리면서 SNS 공간에서 필리핀 국민 간에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남중국해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권리를 주장하며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한 필리핀이 2016년 7월 승소한 지 2주년 되는 날(12일) 영어와 중국어로 적힌 이 같은 플래카드가 마닐라 시내 육교 등에 내걸렸다”고 전했다. 당시 PCA는 이 지역에서 필리핀 어부들의 조업을 막고 남중국해 섬들에 대한 군사기지화에 나선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내세운 ‘구단선(九段線)’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해 필리핀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승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적극적 조치를 요구하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으로부터 투자 유치 등을 위해 친중국 행보를 가속화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월 중국 방문에서 농담으로 “원하면 우리를 당신(중국)들의 성(省)으로 만들어 보라”고까지 말한 바 있어 이 플래카드는 이를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필리핀 당국은 플래카드를 누가 걸었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대통령에 비판적인 야당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플래카드가 내걸리자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공간에서 필리핀 네티즌들이 찬반양론으로 갈리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한 네티즌은 “정말 심하다. 필리핀이 중국에 팔렸다”며 중국에 남중국해 영유권을 적극 주장하지 않는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판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야당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해 플래카드를 만들었다”며 대통령을 옹호했다.

온라인상에서의 논쟁은 야당과 대통령궁 간 설전으로 확전됐다. 야당인 악바얀(시민행동당)은 “승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압박을 가하지 않은 것은 ‘자책골’을 넣은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별도 선출된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도 “필리핀인들은 정부의 게으름에 항의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에 대해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플래카드 내용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플래카드 배후에 정부의 정적이 있다”며 야당을 겨냥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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