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유해 협의 안 나타나더니
돌연 “장성급 회담으로 열자”
협상 유리한 고지 선점 작전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접촉 회피와 회담 역제안, 정상 간 친서와 비난 성명 반복 등 전형적인 ‘벼랑끝 전술’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선점하고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 등 체제 보장 관련 조치를 조기에 얻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3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판문점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군 유해 송환 실무협의에 북한 측 인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소식통은 “미국 측이 회담 개최를 전제로 판문점으로 향할 당시에도 북한 측은 회담 시간 등 구체적 일정에 대해 미국과 약속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회담 참석 대신 판문점 남측 유엔군 사령부 측에 전화 연락으로 회담 불참 양해를 구하고 오는 15일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를 역제안했다.

이 같은 북한의 접촉 회피는 미·북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부터 나타났다. 지난 5월 싱가포르에서 미국 측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 측과 실무접촉을 시도했지만 북한 측 대표단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5월 24일에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북 비핵화 정책을 비난하면서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전달’과 대미 비난 압박 같은 강온 전략을 병행하며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7일 평양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대통령 각하’라는 존칭까지 담긴 친서를 보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이 끝나자마자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 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러한 회담 일정 번복과 강온 전략은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에 정통한 국내 소식통은 “이런 식이면 비핵화 시간표는 북한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가 연계돼야 비핵화 진전이 합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준희·김영주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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