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TF 꾸려 개편논의
현재는 부장이 단독처럼 주도
배석판사와 실질적 토론 미흡

공정성 강화·편향성 시정 일환
최종안은 내년 2월부터 시행


서울고등법원이 고법부장판사·고법판사 등으로 구성된 ‘실질적 대등재판부 논의 및 구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등재판부 개편 방향을 마련 중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실질적 대등재판부가 꾸려지면 논의가 활발해져 재판장의 편향에 따른 왜곡된 판결 위험성이 줄어드는 등 항소심의 전문성이 강화될 전망이다. TF에서 논의된 최종안은 관계 기관과의 조율을 거쳐 내년 2월 정기 인사부터 시행된다.

현재 각급 고등법원은 재판장인 고법부장판사 1명과 함께 고법 판사 2명이 주심 및 비주심을 맡는 ‘대등재판부’로 구성하고 있다. 이름은 대등재판부지만, 재판장과 10년 가까이 연차 차이가 나다 보니 말처럼 대등하게 토론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고법 판사들은 재판장을 ‘모셔야’ 하고 여전히 재판장은 판결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토로다.

서울고등법원이 논의하고 있는 개편 방안은 다양하다. 고법부장판사는 고법부장판사끼리, 고법판사는 고법판사끼리 재판부를 꾸리는 것이니만큼 수평적인 관계에서 활발한 심리를 벌여 다양한 이해관계와 논리가 반영되게 하겠다는 목적이다. 실제 재판에서도 재판장은 물론 주심·비주심 판사도 자유롭게 질문함으로써 재판 자체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대신 재판장을 맡더라도 차량 제공 등 기존 고법부장판사가 제공받던 의전 혜택은 없애 부작용을 막는다는 전제다.

다만 ‘재판장을 누가 맡을 것인가’ 등 세부안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현재는 △6개월·1년 등 주기별로 재판장을 맡는 안 △사안별로 재판장을 맡는 안 △재판장마다 별도의 재판부를 구성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또 고법 내 몇 개의 재판부를 ‘고법판사 재판부’ ‘고법부장판사 재판부’로 꾸릴 것이냐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고법판사회의는 고법판사들을 대상으로 세부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간담회도 열 계획이다. 지난봄 꾸려진 TF는 이 같은 의견들을 취합해 법관 정기 인사 희망안 제출 시기(11월) 전까지 논의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이후 법원행정처 등과의 조율을 거친 최종안이 나오면 내년 2월 정기 인사부터 ‘실질적 대등재판부’가 본격 시행된다.

한 고위 법관은 “법원장까지 맡은 고법부장판사끼리 구성된 대등재판부는 경륜에 대한 예우를 하다 되레 합의가 줄어들 수도 있다”며 “최대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도록 개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수도권 지법 부장판사는 “상대적으로 연차가 높으면 ‘쉬운 재판’으로, 연차가 낮으면 ‘어려운 재판’으로 쏠릴 수 있다”며 “이제껏 가지 않은 길이니만큼 세부안을 잘 짜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