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이 지난 5일 구청 집무실에서 수색역세권 개발 계획 등 민선 7기 구정 운영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이 지난 5일 구청 집무실에서 수색역세권 개발 계획 등 민선 7기 구정 운영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열린 은평구 구립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 김미경(가운데) 은평구청장.     은평구청 제공
지난 6월 21일 열린 은평구 구립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 김미경(가운데) 은평구청장. 은평구청 제공

- ‘지방선거 득표율 66.6% 압승’ 김미경 은평구청장

내년 수색역에 삼표 본사 공사
DMC역 구역엔 쇼핑몰 들어서

3區 협력, 재활용 폐기물 처리
지상에 생활체육경기장 추진

주민청원制 도입·정책硏 설립
공익활동 촉진 조례 제정키로

공동주택內 치매노인 돌봄공간
주부들을 요양보호사로 고용


영화나 야구의 묘미는 ‘반전’에 있다. 뻔한 결말이 예상되는 영화보다 반전이 많은 영화가 재미있듯 선거도 마찬가지다. 엎치락뒤치락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판세를 예측하기 힘든 선거판에 관객은 더욱 열광하기 마련이다. 무대에 선 당사자로선 피를 말리는 심정이겠지만, 불리한 상황을 뒤집어 승자로 우뚝 섰을 때의 짜릿함이란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날린 역전 만루홈런에 버금가지 않을까.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기자를 맞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드라마틱한 반전 드라마를 연출한 김미경 은평구청장의 당시 심중이 꼭 그러했을 것이다.

김 구청장은 선거 당시 서울지역에서 가장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재선의 서울시의원 출신인 그는 지역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음에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컷오프 대상으로 분류돼 경선조차 치르지 못한 처지였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지역 여론을 등에 업고 경선 기회를 얻게 됐고, 두 차례 경선을 치른 뒤, 결국 66.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압승하며 해피 엔딩을 장식했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그에게 ‘오뚝이 구청장’이란 별명이 붙게 된 배경이다.


지난 5일 구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 구청장은 “지난 의정생활을 돌이켜보게 됐고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며 “지켜주신 은평구민들의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런 구민의 지지와 성원을 무겁게 받들어 “주민의 생각을 담는 구청장, 주민과 함께하는 구청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인구 50만 명에 육박하는 도시인 데도 예식장과 호텔, 대학(기독대학교 제외)조차 변변치 않은 게 은평 지역의 현실입니다. 구의원, 시의원을 하는 등 45년간 은평에 살면서 누구보다도 이런 은평의 처지를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은평주민들이 원하는 게 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악전고투 끝에 은평구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른 김 구청장이 바라보는 은평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그가 그리는 은평의 미래 모습은 통일시대의 중심 거점 도시이자, 남북교류의 중심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서울의 관문 중 하나인 수색역 역세권 개발에 대해 각별한 의지를 갖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통일시대 국제화물 운송 거점이자 대북 진출의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받는 은평구의 위상과도 맞물려 있다. 김 구청장은 “수색은 경의선의 출발점”이라며 “여기서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를 가고, 유럽까지 진출하는 유라시아 철도의 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물류의 기반시설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유라시아·시베리아 횡단철도 출발지이자 종착지’로 서울역을 거론해온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셈이다. 그는 “서울역은 이미 많은 곳이 채워진 곳이고, 기반시설로선 포화상태라서 도심 내부를 또 채우는 것은 균형발전을 무너지게 할 것이기 때문에 통일시대의 관문 역할은 은평이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색역세권 개발을 통해 문화·쇼핑·상업시설을 갖춘 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지난달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수색·DMC역 주변 지역 지구단위계획 결정 변경안’이 수정가결되면서, 이 일대 지구단위계획 구역이 12만9000㎡에서 31만2648㎡로 확대돼 은평구 지역경제 발전에 탄력이 붙게 됐다. 내년이면 수색역에 삼표 본사, 스포티비 사옥 공사가 시작되고, 롯데쇼핑이 개발할 예정인 DMC역 구역은 은평 쇼핑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소상공인의 영역과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김 구청장의 생각이다. 그가 내세운 공약 중 하나는 ‘협치’다. 이를 위해 주민청원제도를 도입하는 동시에 주민들 청원을 모아 은평정책연구소로 연결, 주민 삶의 질을 높이고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정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크고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1개 팀 정도 규모의 외부 전문가 등을 영입해 은평구 관련 정책에서 싱크탱크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죠.”

그의 공약 중 ‘주민공익활동 촉진 조례 제정’도 주목할 만하다. 현재 공익활동을 하더라도 별다른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 ‘공익활동 촉진 조례’를 만들어 자존감을 갖고 구정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자원봉사 등 개인의 공익활동을 마일리지화(가칭 봉사시간 마일리지제)해서 쌓아놓으면 본인이 필요한 때에 봉사활동을 받을 수 있게끔 하자는 것이다. 예컨대 아이 엄마가 동네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한다면, 봉사 마일리지를 쌓은 시간만큼 병원 갈 때 아이를 다른 사람이 맡아주는 선순환 구조를 말한다. 봉사활동으로 서로서로 돕는 일종의 품앗이 개념인 셈이다.

‘대규모 공동주택 내 치매 어르신 돌봄 체계’는 김 구청장이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장 시절 제정했던 내용이다. 1000가구의 공동주택이 있다고 가정하면 최소한 치매 어르신 50명 정도가 있을 것이고, 그 공간에 어린이집, 노인정이 있듯이 치매 어르신 공간을 넣을 수 있도록 한 조례다. 그 공간 안에서 가족들이 안심하고 환자를 돌볼 수 있고, 가족이나 경력 단절 주부들이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의 자격을 갖추도록 해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김 구청장은 ‘광역자원순환센터’ 설립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은평구는 마포구, 서대문구와 함께 3개 구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는 광역자원순환센터를 은평구 진관동에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서북 3구가 폐기물 처리 협력체계를 구축해 은평구는 재활용 폐기물, 서대문구는 음식물 쓰레기, 마포구는 소각을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광역자원순환센터가 마치 혐오시설인 것처럼 인식되면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있다. 이에 대해 김 구청장은 “광역자원순환센터를 지하화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지상에는 축구장, 족구장 등 부족한 생활체육시설을 설치해 주민 편의공간으로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10일 녹번동과 진관동을 시작으로 오는 19일까지 16개 동 주민센터 순회 방문 인사회를 연다. 그는 “동 주민센터 방문은 민선 7기 구청장으로 취임하고 지역 주민과 처음 만나는 뜻깊은 일”이라며 “지역의 일선 현장에서 주민의 소리를 직접 듣고 구정에 반영함으로써 더 나은 은평의 내일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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