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문학순례 ‘작가님, 어디 살아요?’

마크 트웨인의 밝은 하와이
헤밍웨이의 마드리드 맥주바
피츠제럴드의 리비에라 등대
작품속 남겨진 발자취 추적


세계적인 작가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았을까, 그리고 어느 식당을 즐겨 찾고 어떤 카페에서 사색에 빠졌을까.

공간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영감이 된다. 베스트셀러 ‘7년의 밤’과 ‘종의 기원’의 정유정 작가는 “공간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소설 속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대의 배경인 공간이 하나의 ‘등장인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작가님, 어디 살아요?’(마음산책)는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세계문학 거장들의 발자취를 추적한 것이다. 1981년부터 인기리에 연재해온 여행 칼럼 ‘풋스텝스(Footsteps)’ 중 거장들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 38편을 한데 묶었다.

첫 번째로 소개된 공간은 19세기 후반 미국 현대문학의 효시로 일컬어지는 마크 트웨인(1835∼1910)의 하와이다. 트웨인은 작가로서 명성을 쌓기 위해 노력하던 30대 초반(1866) 하와이에서 넉 달간 체류한 적이 있다. 그는 거기서 ‘새크라멘토 유니언’의 청탁으로 샌드위치 제도(하와이의 이전 명칭)에서 보낸 편지 25편을 썼다.

25편의 기행문은 지금 봐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그의 섬세하고 풍자적인 표현에서 작가다운 천재성을 엿볼 수 있다.

트웨인은 하와이섬을 이 잡듯이 누볐다. 벌거벗은 원주민들과 파도타기를 즐겼고, 화산섬 킬라우에아 정상에 올라 벌겋게 달아오른 분화구를 바라봤다. 빅아일랜드의 최대 관광지인 카일루아코나의 와이오히누에선 직접 몽키포드 나무를 심었고, 화산 국립공원 내 칼데라(화산분지) 근처를 둘러보다가 오두막 같은 호스텔에 묵었다. 그 호스텔은 지금 유서 깊은 볼케이노 하우스 호텔로 변신해 자리 잡고 있다. 트웨인은 자신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주인공 허클베리처럼 하와이를 탐험하고 묘사했다.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전 세계를 방랑했다. 이탈리아, 아프리카, 쿠바를 누비며 체험하고 글을 썼다. 그중에서도 스페인의 마드리드는 그가 1930년대 후반 머물렀던 도시다. 투우에 탐닉했던 그는 가장 큰 도축장이 있던 마타데로 마드리드에 체류하며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지금도 마드리드에는 헤밍웨이의 흔적을 따라가는 테마 여행이 있다. 마타데로에서 시작해 단골 칵테일바였던 무세오치코테를 지나 맥주바 세르베세리아 알레마나 등을 방문하는 코스다. 이 맥주바에는 헤밍웨이 전용 테이블도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츠제럴드(1986∼1940)는 유럽 최고 관광지인 프랑스 남부 리비에라를 사랑했다. 피츠제럴드는 지금으로부터 약 1세기 전에 반미치광이 아내 젤다, 금발의 딸 스카티와 함께 프랑스 리비에라 주앙레팽 해안가의 한 빌라에서 살았다. 그는 수평선 너머 점멸하는 초록빛 등대를 보며 영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그의 빌라는 현재 벨리브 호텔로 확장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통해 이면의 어둠을 드러낸 황금의 고도 프라하, 노벨문학상 수상 생존작가인 터키 오르한 파무크의 고향 이스탄불, 위험한 사랑에 빠질 것만 같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관능적 도시 베트남 사이공(현 호찌민) 등에 관한 사연이 펼쳐진다.

문학과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 듯하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휴가철 애서가들이 골머리를 앓는 문제가 있다면 그건 휴가지에 무슨 책을 들고 가야 할지일 텐데 이번 책은 그런 고민을 덜어줄 것 같다. 한 권의 근사한 여행안내서이자 문학 거장들에 대한 전기이며 헌사”라고 설명했다. 392쪽, 1만6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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