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때 가볼 만한 한옥·고택
창호 밖 짙은 녹음·벌레 소리
지친 일상 벗어나 ‘완벽한 쉼’
강릉 선교장·논산 명재고택 등
대부분 방마다 에어컨 갖춰
매미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툇마루에서 즐기는 혼곤한 낮잠, 혹은 창호 문을 열고 듣는 마당에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 한옥의 정취는 여름날이 으뜸이다. 풍류 넘치는 한옥에서 보내는 여름밤은 그 자체만으로도 추억이 된다. 휴가 시즌에 맞춰 가볼 만한 한옥을 골라봤다. 다른 계절보다 여름의 정취가 더 빼어난 곳들이다.
◇ 강릉 선교장
조선시대 상류층의 대표적인 가옥이다.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에 의해 지어진 뒤 10대에 걸쳐 지켜왔다. 한때 집의 규모가 10개 동 125칸에 이르렀다니 궁궐 못지않은 저택이었던 셈이다. 지금도 위세는 여전해서 동, 서, 외로 나뉜 별당과 사랑채와 중사랑, 행랑채와 사당이 12개의 대문을 함께 사용하며 자리 잡고 있다. 민가로는 최초로 국가 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드라마 ‘궁’ ‘황진이’ 등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선교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은 인공연못을 파고 지은 정자 활래정. 여름이면 정자 주위 연못에 연꽃이 화려하게 피어나 장관을 이룬다. 강원 강릉시 운정길 63. 033-646-3270
◇ 경기 취옹예술관
한옥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곳으로 맑은 자연 속에 들어서 있다. 2003년 5월 개관한 이래 해를 거듭할수록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취옹예술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돌담과 황토방. 김호 관장이 직접 흙을 파고 돌을 쌓아 올려 만든 것이다. 욕실을 비롯한 실내공간은 찾는 이의 편의를 생각해 깔끔한 현대식으로 만들어졌다. 객실에는 에어컨도 있다. 하지만 TV도, 컴퓨터도 없다.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휴대전화까지 꺼놓고 완벽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느긋하게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한식당에 들러 산나물 가득한 건강밥상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기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300. 031-585-8649
◇ 전주 학인당
전주한옥마을의 학인당은 특유의 고풍스러움과 기품이 묻어나는 100년 된 집으로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고택이다. 고종 때 영릉 참봉을 지낸 전주 대부호 백낙중이 지었는데, 처음 지을 당시에는 99칸에 대지면적만 2000여 평에 이를 만큼 으리으리한 규모를 자랑했다. 대지 520평에 7채의 건물만 남은 지금도 제법 위세가 당당하다. 고택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잘 가꿔진 정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와 돌, 꽃과 연못이 너른 마당과 평화롭게 어우러져 별세계로 들어선 느낌이다. 본채는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 때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판소리 공연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단다. 그 내력을 이어받아 지금은 전라도 소리 가락을 배워보는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45. 063-284-9929
◇ 논산 명재고택
조선 숙종 때 학자인 윤증 선생의 가옥으로, 그의 호를 따서 명재고택(사진)이라 불린다. 하지만 윤증은 제자들이 지어준 이 집에 단 하루도 머물지 않았다. 너무 호사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윤증은 임금이 무려 열여덟 번이나 벼슬을 내렸으나, 모두 사양했을 만큼 성품이 대쪽 같았다고 전한다. 고택 옆에는 수백 개의 장독이 줄지어 놓여있어 장관을 이룬다. 한겨울에 장독대에 눈이 소복이 쌓였을 때를 으뜸 풍경으로 치지만, 배롱나무꽃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여름의 풍경도 좋다. 다례, 천연염색 등 전통체험도 즐길 수 있고, 고택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배워보는 종손과의 대화 시간도 있다. 충남 논산시 노성면 노성산성길 50. 041-735-1215, 010-6310-1139
◇ 안동 옥연정사
퇴계 이황 선생의 제자였던 서애 류성룡이 지은 집. 원래 서당의 역할을 하던 곳이다. 담장 아래 꽃향기에 이끌려 마당으로 나가면, 앞으로 낙동강이 한눈에 보이고 강 건너엔 하회마을이 그윽하게 펼쳐진다. 집 뒤로는 소나무 숲이 빼곡하게 들어찼는데, 따가운 햇볕이 걸러진 길 주변으로 철철이 꽃이 피어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옥연정사에서 가장 빼어난 공간은 두 칸 마루가 딸린 원락재. 서애가 기거하며 징비록을 지었다는 방이다. 옥연정사에서는 서당체험도 운영한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광덕솔밭길 86. 054-854-2202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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