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욕지도서 2500마리 길러
세계서 가장 차가운 수역 양식
육질 탄력 좋고 냉동과정 없어
잡아서 바로 횟감으로 내 인기
日 수차례 방문하며 기술 배워
근해서 난 치어 11마리로 시작
10도이하 바다서 첫 겨울 나자
정부 기관·학계 관심 공동연구
태풍·적조로 두차례 크게 좌절
“성공할 거란 확신은 잃지 않아
이제 양식기술 80% 가량 확립
단지 조성해 民官硏 힘 합쳐야”
지난달 22일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 참다랑어 양식 상업출하 행사가 열렸다. 첫 상업출하 행사여서 국내 언론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참다랑어 양식 소식은 2008년부터 계속 들려왔지만, 성공했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아 이날 상업출하는 그 의미가 달랐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참다랑어를 대량 양식할 수 있는 기술이 구축됐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참다랑어 최대 소비국은 일본이지만, 국내에서도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욕지도 참다랑어는 일본 남방지역이나 지중해에서 양식되는 참다랑어와 달리 세계에서 가장 차가운 수역에서 양식한 북방 참다랑어다. 육질 탄력이 탁월한 데다 냉동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장에서 잡아 곧바로 숙성한 뒤 횟감으로 바로 내놓을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이런 시장성을 내다보고 참다랑어 양식에 뛰어들어 17년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이가 바로 홍석남(63) 홍진영어조합법인 대표다. 홍 대표는 욕지도 외해에서 30㎏까지 키운 1200여 마리를 포함해 2500여 마리의 참다랑어를 양식하고 있다.
어떻게 100㎏ 넘게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인 참다랑어 양식에 도전하게 됐는지 궁금증을 안고 굵은 장맛비가 내린 지난 9일 욕지도로 향하는 카페리호에서 홍 대표를 만났다. 마른 체격의 외모는 전혀 바다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인터뷰 내내 거센 장대비가 내려 “어장에 못 갈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부터 챙겨 본다. 이 정도는 문제가 안 된다”고 안심시켰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태풍과 적조는 그에게 엄청난 시련과 고통, 좌절을 안겨줬다.
홍 대표는 1991년 전 세계 선사 중에서 한 해 가장 많은 12만4000t의 다랑어를 잡은 선망 어선 선장으로 일했다. 선장으로 참치잡이 어선을 이끌다 배에서 내린 후 고등어 양식에 도전하던 그에게 참다랑어는 운명처럼 다시 찾아왔다. 이때는 홍진영어조합의 전신인 ‘인성수산’이 고등어 양식을 시도하고 있었다. “2001년 8월 욕지도 서산리 앞바다에서 정치망을 인수해 고등어를 잡았는데, 그해 전갱이가 많이 잡혀 수익을 올리던 중 예상치 못한 다랑어 치어 수십 마리가 잡혔어요. 선원들은 ‘빅아이(눈다랑어)’라고 했지만, 다랑어잡이가 직업이었던 내 눈에는 가슴지느러미가 짤막하고 옆줄 아래에 가로무늬가 선명한 참다랑어 치어였어요. 당시는 참다랑어가 값싼 눈다랑어로 위판될 정도로 근해에 참다랑어가 잡힌다는 것을 몰랐을 때였어요. 젊은 시절에 대형 선망 어선을 이끌며 다랑어잡이를 하다 고등어 양식이라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엉거주춤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다시 만난 참다랑어를 외면하면 도저히 가슴을 채울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때부터 참다랑어 양식을 꿈꾸게 됐어요.”
그는 우리나라에 없는 참다랑어 양식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을 수차례 방문하며 독학했다. “이듬해부터 양식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을 7~8차례 다녀왔어요. 수소문 끝에 지인 소개로 와카야마(和歌山)현 구시모토(串本)에서 참다랑어 양식을 하는 가와구치 후쿠쿠(川口富久)라는 분을 알게 됐는데, 저의 참다랑어 스승입니다. 이분은 저에게 남해의 수온이 차갑지만 양식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어요. 하지만 포기할 것 같으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했죠. 그가 헤어질 때 서류봉투를 하나 건네줬는데, 봉투에는 펜으로 직접 쓴 20쪽 분량의 참다랑어 양식 매뉴얼 복사본이 들어 있었어요. 훗날 몇 번의 시련으로 거의 양식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갔을 때 꺼내서 읽어보며 마음을 다잡았어요.”
그렇게 수년간 준비하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2007년 10월쯤이었을 겁니다. 저희 욕지도 정치망에 3~4㎏쯤 되는 참다랑어 13마리가 잡혔어요. 옮기는 과정에서 2마리가 폐사하고 11마리를 가두리 양식장에 넣어 꿈에 그리던 참다랑어 시험 양식을 시작할 수 있었죠. 커가는 참다랑어를 보면 온종일 배고픔도 잊고 가두리를 떠날 수 없을 지경이었죠. 다들 참다랑어는 수온이 10도 이하인 욕지도에서 월동할 수 없어 양식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 온갖 정성을 쏟아부은 끝에 모두 건강하게 그해 겨울을 났어요. 참다랑어가 욕지도 양식장에서 겨울을 나게 되니 정부 연구기관과 학계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팀을 이뤄 공동연구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우리나라에서 참다랑어 양식 붐이 일었죠.”
실패도 있었지만, 참다랑어는 5년간 점점 몸집을 키워 140㎏까지 성장하는 등 양식 성공을 눈앞에 뒀다. “양식 규모를 키우기 위해 2009년과 2010년 큰 비용을 들여 일본에서 1년산 참다랑어 4000여 마리를 수입했는데,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모두 폐사했어요. 1년산 참다랑어는 양식이 어렵다는 것을 이때 알았죠. 다행히 2007년 가두리에 넣은 11마리와 2008년 넣은 200여 마리가 무사히 월동하고 잘 자라고 있었어요. 욕지도의 겨울을 여러 해 나면서 2012년 몸집이 부쩍 커져 2007년부터 양식한 11마리는 130~140㎏에 달했고, 2008년 입식한 200여 마리도 65~80㎏의 대형어로 성장했어요. 그해 7월에는 여기서 기른 참다랑어에서 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이 수정란을 채취해 치어 배양에 성공하기도 했어요. 참다랑어 양식 성공이 알려지면서 고급호텔 등에서 어장을 방문해 전량 공급해 달라거나, 1마리에 3000만 원을 보장하고 경매를 하자는 제의도 받았어요. 하지만 돈을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키워볼 생각으로 팔지 않았어요.”
그러나 곧바로 불어닥친 태풍과 적조는 수년간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며 그에게 시련과 과제를 안겼다. “2012년 8월 태풍 ‘볼라벤’이 욕지도를 휩쓸고 지나갔어요. 어장에 가보니 참다랑어가 들어 있던 가두리 3조 어망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 키우던 참다랑어는 모두 사라지고 빈 가두리만 떠 있었어요. 참담하고 아득했어요. 5년간 참다랑어를 애지중지 키우며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죠.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5년 전 어장에 찾아와 많은 즐거움과 희망을 주며 동거했던 참다랑어들이 이제까지 잘 자라서 그들이 살던 고향 바다로 돌아간 것이었어요. 잘 자라서 고향으로 돌아간 것을 축복하며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면 참다랑어 양식은 꿈도 꾸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때 더 큰 목표를 향해 가야겠다는 분명한 좌표도 설정했어요. 그래서 어장을 복구하며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기르고 있던 참다랑어 4㎏짜리 160마리를 공동연구를 위해 가져와 다시 키웠어요. 그런데 이마저도 2013년 9월 적조가 급습할 때 피해를 줄이려고 가두리를 수중으로 내리던 중 등지느러미에 상처가 나면서 대부분 폐사했어요. 5년간 기른 참다랑어가 태풍으로 유실됐을 때는 바다로 돌아간 것이니 서운함을 달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내 실수로 어린 고기가 죽어 죄책감에 짓눌렸어요. 국립수산과학원 남서해연구소도 이 일로 공동연구사업을 중단했죠.”
홍 대표는 국내 참다랑어 양식의 산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업계 간 협업과 대형화가 필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실패와 성공 경험을 내놓겠다고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모두 잃었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2016년 포획된 3~4㎏의 참다랑어 치어 1200여 마리를 들여와 2년 만에 마리당 30㎏까지 키웠고, 최근 상업출하 행사를 하게 된 겁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젠 양식기술을 80%가량 확립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참다랑어 양식을 고부가가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키우려면 뜻 있는 사람들이 모여 양식단지를 만들어 기술과 정보, 시설을 공유하며 민·관·연이 함께해야 합니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짧은 시일에 우리나라 참다랑어 양식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을 수 있습니다. 가장 필요한 시설인 큰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부(浮)방파제’도 여러 어가가 모여 대규모 양식단지를 형성하면 정부 지원이 가능할 겁니다.”
제주도와 일본 쓰시마(對馬)섬을 거쳐 올라오는 북방 참다랑어는 해류가 따뜻한 멕시코산 참다랑어나 일본 태평양 쪽으로 올라가는 참다랑어에 비해 육질이 단단하고 차지다. 그래서 최대 참치회 소비국인 일본에서도 제주도 쪽에서 올라가 쓰가루(津輕)해협에서 잡힌 북방 참다랑어를 최고로 친다. 홍진영어조합이 1㎏당 5만 원에 출하하는 것도 그만큼 육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참다랑어 양식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체험한 홍 대표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통영=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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