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논설위원

요즘 시내 중심가를 걸어다니다 보면 이따금 양산 쓴 남자들을 볼 수 있다. 아직은 흔치 않은 모습에 호기심 어린 눈길이 따갑기도 하지만, 이들은 당당하다. 오히려 ‘남자여 양산을 들어라! 우리 모두 자외선의 압제에서 벗어나자’는 남성 양산 예찬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양산을 쓰면 체감온도를 최대 8도나 내릴 수 있으며, 탈모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외선 차단 효과 면에서 양산이 모자보다 3배 뛰어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성용 양산 판매 인터넷 매장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 그곳 판매 양산에는 옷감의 자외선차단지수(UPF) 표시가 필수다.

남자 양산의 유행은 일본서 시작됐다. 일본어로 ‘양산남자’를 뜻하는 ‘히가사단시(日傘男子)’란 단어가 출판사 지유코쿠민샤(自由國民社)가 발표하는 2013년 ‘유행어 대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현재 일본 사이타마(埼玉)현에서는 온난화대책과(課)를 중심으로 ‘양산 쓴 남자 확산 운동’이 한창이다. 남성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양산을 쓰고 출퇴근하며 양산 쓰기를 권하는 것이다. 열사병 응급 환자의 70% 이상이 남자였는데, 그 원인이 양산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한국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사병 등 온열 질환자의 74.6%가 남성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한자가 다른 2개의 양산이 나온다. 하나는 ‘서양식 헝겊 우산’을 뜻하는 양산(洋傘)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이란 의미의 양산(陽傘)이다. 산(傘)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물건으로, 손으로 쥐고 다닐 수 있는 것’이란 뜻의 한자이다. 즉, 양산(陽傘)은 햇볕을 막기 위한 것으로, 비를 막기 위한 우산(雨傘)에 대응하는 단어다. 그리고 양산을 뜻하는 영어 단어 파라솔(parasol)도 ‘부인용 양산’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됐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양산의 뜻을 여성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해선 안 될지도 모르겠다.

미용실에 남성이 출입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머지않은 과거다. 군대에서도 피부관리를 한다며 달팽이 크림이 대인기다. 또 다른 역설은, ‘은행원 양산’이라 불리는 은색 우산이 원래 남성용 양산 겸용으로 개발됐으나, 여성용 양산보다 자외선 차단 효과가 더 크다는 이유로 여성들에게 더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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