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분리 신고 수리해야”

번지 없는 마을,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인 구룡마을에서 거주지 내 독립된 호수가 없다는 이유로 세대 분리 신고를 거부한 행정 당국의 조치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 한모 씨가 개포1동장을 상대로 “주민등록전입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1993년부터 구룡마을에 살던 한 씨 가족은 2008년 9월 주거지가 강제로 철거되자 이웃에 사는 친언니의 무허가 건물에 주민등록을 하고 함께 살았다. 이후 한 씨 가족은 2013년 1월 동사무소에 무허가 건물의 거주 공간을 분리해 새로 전입신고를 했지만, ‘구룡마을 관리대장에 등재되지 않은 거주지’라는 이유로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각종 공공·건설사업으로 생활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이 모여 형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대법원은 1·2심과 같이 한 씨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결론을 냈지만, 판결 이유는 달랐다. 1·2심은 한 씨와 그 가족이 언니와 거주 공간이 구분돼 있는 등 사실상 별개 세대로 독립적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한 씨가 적법한 전입신고를 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한 씨가 낸 전입신고는 거주지 안에 세대가 별도로 존재함을 표시해달라는 것”이라며 “전입신고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은 세대 분리를 내용으로 하는 주민등록사항 정정신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원심이 정정신고가 아닌 전입신고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지만, 개포1동사무소가 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위법이라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며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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