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인 명예의 전당인 대한민국학술원을 이끌고 있는 김동기 회장.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한국의 성장동력이자 근간”이라고 말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학술인 명예의 전당인 대한민국학술원을 이끌고 있는 김동기 회장.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가 한국의 성장동력이자 근간”이라고 말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金 회장과 학술원

올해 창립 64주년을 맞은 대한민국학술원은 학술발전에 공적이 있는 학자를 국가 차원에서 우대 및 지원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학술원법에 따라 설립된 간판 국가학술기관으로 인문사회, 자연과학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150명의 석학이 망라돼 있다. 기초학문 종사자들에게는 최고 명예직이자 학술인 명예의 전당으로 꼽힌다.

2년간의 부회장직을 거쳐 지난 3월 제37대 회장에 선출된 김동기 회장은 학술원사에 새 기록을 세웠다.

학술원 최초의 경영학자 출신 회장이자 1호 고려대 출신 회장. 김 회장은 “나이도 있고 건강도 생각해 부회장직에서 물러나려고 했는데 4명의 전임 회장들께서 모두 강력히 회장선거에 출마하라고 권유해 단독출마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찬반 개표 결과는 112명 투표에 찬성 89표(79.5%).

김 회장은 청년 시절부터 경영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교 수석으로 합격했던 고려대 상과대 상학과를 1958년 졸업한 후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귀국한 게 1964년 서른 살 때다. 이때 펴낸 첫 저서 ‘현대마케팅원론’은 단숨에 마케팅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주목을 받았다. 1960년대 시장론·판매론이 대세일 정도로 마케팅 불모지였던 국내에 미국식 마케팅을 도입했다.

그가 일찍부터 뛰어난 두뇌와 전문성을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이야기 하나. 뉴욕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해 한 학기를 다녔는데, 당시 고려대 학장이던 정수영 교수로부터 초청 제의가 왔다. 고려대가 한국 최초의 미국식 경영대학원을 설립하려 하는데 조교수로 임용할 테니 설립을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김 회장은 막 박사과정에 들어갔는데 어렵다고 했다. 이번엔 유진오(1906∼1987) 고려대 총장이 직접 나서서 “1년 소요되는 경영대학원 설립을 하면 고려대 휴직을 하고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다시 유학을 가게 해주겠다”고 파격적 배려를 담은 ‘삼고초려(三顧草廬)’ 친필 편지를 보내왔다. 대선배, 어른들의 여러 차례 요청을 더는 거절할 수 없어 귀국해 설립을 마무리하고 다시 유학을 가려고 유 총장의 후임 총장에게 말했더니 이번엔 “미국에 가지 말고 우리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라”고 강력히 권유했다.

그가 1974년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배경이다. 2016년 석좌교수로 퇴직할 때까지 그는 고려대에서 봉사했다.

김 회장은 국내 최초로 미국식 물류관리(PDM)도 소개했다. 상공부 유통근대화 추진위원회의 핵심 멤버로 한국 최초의 슈퍼마켓, 할인판매점, 편의점, 쇼핑몰 및 대규모 물류단지 개설, 백화점 직영체제 및 상품권 발행, 소비자보호법 제정 및 소비자 신용카드제도 도입 등 국내 유통근대화 정책 및 실행계획 수립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국내 물류 혁신과 유통현대화를 거론할 때 김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공로로 대통령 표창도 받았다.

학술원 회장으로 한층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말하는 김 회장은 회원들의 학술원 활동에 힘을 실으려고 발로 뛰어 몇몇 기업으로부터 연구기금으로 기부금도 받아냈다. 1인당 연구비도 1000만 원에서 1300만 원으로 증액했다. 오는 9월 16∼19일에는 서울에서 국제학술원연합회 이사회도 개최한다. 10월 3∼5일 일본 도쿄(東京)에서는 한·일 학술포럼, 10월 19일에는 제45회 국제학술대회를 선보인다. 최고 권위의 상인데도 상금이 5000만 원인 학술원상도 상금 상향을 위해 노력 중이다. 미국 학술원, 영국 학술원, 스웨덴 왕립학술원, 이탈리아 학술원, 독일 레오폴디나 학술원 등 유명 외국학술원과의 교류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김 회장은 정부 각 부처가 중장기 정책을 수립할 때 오랜 노하우와 학문적 업적, 혜안이 집적된 회원들로 구성된 학술원과 같은 싱크탱크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사회과학원만 해도 산하에 80여 개 연구소를 두고 정부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 정책을 포함해 조언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학술원은 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34년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 상학과, 미 뉴욕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고려대 경제학 박사 △고려대 경영대학장, 국제대학원장, 국제교류위원장,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일본 와세다(早稻田)대 교환교수 △한국경영학회장, 대한민국학술원 부회장 △세계 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 후’ 등재 △고려대 학술상, 올해의 교수상, 한국경영학회 ‘올해의 상남 한국경영학자상’수상.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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