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19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음정마을 비리내 폭포에서 피서객들이 폭포수를 맞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19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음정마을 비리내 폭포에서 피서객들이 폭포수를 맞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째 가마솥더위에 갇힌 韓

은행 예전과달리 26도 냉방에
에어컨 찾아 지하철·마트 몰려

버스서 신발·양말벗은 승객탓
“더워도 매너 지켜야” 실랑이도

30일까지 낮 최고 37도 지속
비 소식 없어 ‘불볕더위’될 듯


지난 12일부터 하루 최고기온 33도 이상의 폭염이 8일째 계속되는 등 전국이 끓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대구시는 지난 9일 30.9도를 기록한 데 이어 12일 34.4도, 16일에는 최고치인 37.2도까지 상승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비 소식이 없고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최소 30일까지 아침 최저기온 24~26도, 낮 최고기온 32~37도의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하면서 일상생활 패턴마저 바뀌고 있다. 한낮 더위를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전철이나 마트, 커피숍, 복합쇼핑몰 등으로 피하는 ‘몰캉족’, 시원한 사무실이나 안방에서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배달족’이 늘고 있다. 늦은 저녁에 운동을 시작하는 ‘올빼미족’도 많아졌고, 아예 텐트를 들고 도심 계곡으로 떠난 ‘출퇴근 텐트족’도 등장했다. 축제를 연기하거나 무더위 낮을 피해 밤에 축제를 여는 곳도 늘고 있다.

간단한 가재도구를 챙겨 도심 계곡에 텐트를 치고 출퇴근하는 텐트족이 생겨났다. 대구 팔공산 동화사와 파계사, 도학동 일대에는 100여 개의 텐트가 등장했다. 이들은 찜통더위와 열대야를 피해 텐트 생활을 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서울 한강 주변에도 텐트족이 늘고 있다. 에어컨이 없는 집에서는 열대야를 피해 차에서 에어컨을 틀고 자는 사람도 있다.

인천에서는 낮 시간대 전철을 타는 노인이 부쩍 늘었다. 올해 전철 무임승차권을 받은 김모(여·65) 씨의 경우, 또래 친구들과 오후 시간을 에어컨이 나오는 전철을 타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심에서는 26도로 냉방을 조절하는 공공기관이나 백화점·은행보다 더 시원하게 냉방을 하는 카페나 마트에 손님이 몰리고 있다.

운전자들은 부풀어 오른 아스팔트에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조심이다. 지난 16일 서해안고속도로 서울방향 순산터널 부근에서는 폭염 탓에 콘크리트가 팽창, 도로가 솟아오르는 현상이 발생해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들은 운행 속도를 줄이고 있다. 평소 서해안고속도로를 자주 운행하는 최모(65) 씨는 “더위 탓에 언제 어느 곳의 노면에 이상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보다 운행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은 배달음식이나 외식으로 해결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서모(37) 씨는 “폭염과 열대야로 아내가 ‘뜨거운 열기가 나오는 가스레인지 앞에서 요리를 못 하겠다’며 파업을 하다시피 해 배달음식이나 외식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늦은 밤에 운동하는 올빼미족도 부쩍 늘고 있다. 울산 남구 최모(47) 씨는 평소 저녁 운동으로 오후 6시 30분쯤 자전거를 탔지만, 최근에는 너무 더워 운동을 포기하거나 기온이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8시 이후로 운동시간을 늦췄다. 광주 동구 운림중학교 운동장에도 열대야로 저녁 늦은 시간 걷기운동을 하는 주민 수가 부쩍 늘었다.

최악의 무더위에 에피소드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의 한 버스에선 더위를 참지 못한 승객이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는 바람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무리 더워도 공공장소에서 맨발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항의가 쏟아졌지만, 맨발 차림의 승객은 “내가 내 양말 벗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적반하장으로 반응했다. 지하철에서는 약한 냉방차 칸을 피하기 위한 눈치 싸움도 치열하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이해완 기자
박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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