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영 디자이너 안내로 본 뮤지컬 ‘웃는 남자’
신분제 풍자한 위고 소설 원작
짙은 화장 귀족·흰옷 서민 대비
무대디자인 다양한 볼거리 선사
프롤로그 장면 시연하기 위해
다른 극장 2번이나 빌리기도
“전체 준비 기간이 5년으로 길었던 게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요인입니다. 세트 예산은 보통의 뮤지컬보다 조금 많은 수준일 텐데, 그 안에서 최대 효과를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열정을 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창작 뮤지컬 ‘웃는 남자’에 참여한 오필영(사진) 무대 디자이너의 설명. 현재 공연 중인 ‘웃는 남자’(EMK 제작)는 화려한 캐스팅으로 우선 화제를 끌었다. 박효신, 박강현, 수호, 정성화, 양준모, 신영숙, 민경아, 이수빈 등. 공연을 본 관객들은 출연진의 열연과 함께 무대의 박진감을 하나같이 입에 올리고 있다. 국내 뮤지컬 사상 최대 제작비(175억 원)가 들어간 작품답게 압도적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다는 평이다. 오 디자이너의 설명과 함께 실제 공연 무대를 살펴봤다.
◇프롤로그 장면 위해 타 극장 대관=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웃는 남자’는 17세기 영국 신분제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기형아를 애완동물처럼 데리고 다니는 귀족들의 풍습 탓에 유아 납치 조직 콤프라치코스가 활개를 치던 시대.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납치된 후 입이 찢겨 기형적으로 ‘웃는 남자’가 돼버린 그윈 플렌이 주인공이다. 극 초반 콤프라치코스 일당이 그윈 플렌을 버리고 도망치다가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는 장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처럼 웅장하면서도 무대 특유의 실감을 주고 있다. 오 디자이너는 “프롤로그가 극을 이끌어가는 데 중요하기 때문에 아주 많이 신경을 썼다. 하남문화예술회관 무대를 두 번이나 빌려서 시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 장면만을 위해 타 극장 무대를 두 번이나 빌리는 경우는 국내에선 없었을 것”이라며 제작사의 결단에 감사를 표했다.
“제작사들이 대중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데 골몰하고 다른 영역 경비를 줄이니 작품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웃는 남자’는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신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상처를 가리는 귀족들의 분칠=일부 평자는‘웃는 남자’의 스토리가 부자와 빈자를 나누는 이분법에 집중한 탓에 매력을 반감시켰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대사와 가사는 너무 직설적이어서 메시지 전달의 의욕 과잉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윈 플렌의 기막힌 인생사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펼쳐지면서 몰입을 자아내고, 무대는 그걸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다.
“인생의 ‘터널’과 ‘상처’라는 개념에 착안해 무대 디자인을 했습니다. 극중 부자들은 짙은 화장과 화려한 의상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상처를 감추려고 합니다. 귀족들이 등장하는 무대는 그걸 상징하도록 꾸몄으며, 주로 원색을 강렬하게 사용했습니다.”
오 디자이너는 각 영역의 스태프들이 모여서 2∼3년 전부터 워크숍을 했고, 수많은 회의를 거쳐서 지금의 무대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상처가 가득한 터널을 지나가면서 그 상처를 서로 보듬어줍니다. 그걸 무대에서 구현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힘든 이들끼리 서로 온기를 품어주는 대표적인 장면이 강가의 빨래터 장면. 데아가 목숨처럼 의지하던 그윈 플렌과 헤어지게 되는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을 때, 극단의 동료들은 데아를 따스하게 위로하며 그 아픔을 감싸 안는다. 흰옷을 입은 그들이 무대에서 물을 튕기며 춤을 추는 장면은 압권이다. 오 디자이너는 “데아의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정서의 전달 도구로서 워터 댄스(water dance)를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웃는 남자’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8월 26일까지 공연한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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