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때 전사해 북녘에 묻힌 미군의 유해 봉환(奉還)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이번 유해들은 진짜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외국인 유해 송환은 두 차례나 가짜 유골을 돌려준 나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납북돼 숨진 일본인 요코타 메구미와 6·25 참전 영국군 조종사 데스먼드 프레드릭 윌리엄 힌턴의 가짜 유해 얘기다. 나중에 메구미의 유골은 다른 사람 것으로 드러났고, 힌턴의 유해는 사람 아닌 짐승의 뼈로 밝혀졌다. 북한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가짜 유골 송환 사건은 이처럼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전쟁은 수많은 주검을 남기고, 전사자의 유해는 고혼(孤魂)이 되어 원한 맺힌 적국을 떠돌기도 한다. 전란이 끝나면, 참전 용사의 생사조차 모르는 유족들은 절규하고, 국가는 그들의 유골(遺骨)이나 유해(遺骸)를 봉환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권은 유족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은 기꺼이 조국의 부름에 화답하는 관계. 이것이 전사자들의 유골·유해 봉환이 갖는 정치·사회적 의미일 것이다. 그에 비해 법률은 유골·유해의 의미를 냉정하게 정립한다.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시신을 화장하여 분말로 처리한 형태를 유골이라고 한다. 유해란 용어는 없다. 유해라는 용어를 만나려면 ‘6·25 전사자 유해의 발굴 등에 관한 법률’을 찾아봐야 한다. 전사자 유골의 전부 또는 일부가 유해라는 풀이가 나온다. 유골보다 의미가 조금 더 넓다.
전장과 전시를 벗어난 국어사전의 설명은 피상적이다. 특히, 우리 국어사전은 유골과 유해를 같은 말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면서 주검을 태우고 남은 뼈, 또는 무덤 속에서 나온 뼈가 유골이라고 한다. 북한 사전의 설명은 우리보다 좀 더 구체적이다. 무덤 속에서 나오거나, 화장하고 남은 사람의 뼈를 유골이라 한다. 그리고 죽은 사람을 높이여 그 유골을 유해라 한다고 일러준다. 유골의 정중한 표현이 유해라는 뜻이니, 의미는 같으나 쓰임이 다르다는 말이다. 북한이, 자기네 사전 풀이대로 미군 유해 송환에 예를 다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동시에 북한의 유전자(DNA) 감식 기술이 그새 얼마나 좋아졌는지 검증받게 될 것이다.
북녘땅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묻혀 있을 국군의 유해는 언제 누가 송환을 요구할 것인가. 과연 조국의 품으로 봉환되기나 할 것인가…,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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