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경제산업부 차장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 완화 법안은 올해 정기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소신을 잃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긍정적인 것 같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은산분리를 낡은 규제로 생각하는 듯하다. 법안을 뭉개고 있던 여당도 변화 움직임이 있다. 찬성파인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정무위원장이 됐다. 1년 전 본지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을 전원 접촉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찬성하는지 등을 물어봤다. 놀랍게도 75.0%가 지지했다. 또, 62.5%는 은산분리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여당의 일부 강성 의원이 길목을 차단하자 또다시 한 해 더 묵히게 된 것이다. 1년 뒤 반대파 의원 중 일부는 대통령의 생각을 읽었는지 찬성 쪽으로 돌아선 듯하고, 일부는 정무위를 빠져나갔다.

이처럼 대통령과 주무 부처, 대기업 저승사자인 공정거래위원장, 국회까지 교통정리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한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금융노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17일 민변 등과 함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성명을 냈다. 같은 날 금융노조도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이후 경제적 효과가 크지 않았고, 중금리 대출 활성화도 없었다”며 나름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사실 법안 통과 효과는 기자도 장담할 수 없다. 경실련 등의 주장대로 큰 반사이익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당이 인터넷전문은행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는 대충 따져봐도 3, 4개는 된다. 굳이 핀테크 산업의 발전, 은산분리 규제 자체의 불합리성, ‘메기 효과’ 등은 언급할 필요가 없다.

첫째, 인터넷전문은행 법안은 문재인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시험하는 첫 관문이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통한 경제성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20년이 다 된 규제로 인해 한국만 주요 선진국이 문을 활짝 연 인터넷전문은행의 자금 동원 숨통을 이어주지 못한다면 혁신성장을 외칠 자격이 없다. 법안 하나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규제가 하나하나 사라지면 기업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고 마침내 닫힌 마음을 열 것이라고 본다. 둘째, 국정의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툭하면 ‘서민’을 명분으로 민간 금융권을 옥죈다. 카드 수수료율, 보험료에 이어 금리까지 내리라고 릴레이 압박이다. 그렇다면 시중 은행보다 조금이라도 이자가 저렴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정부가 앞장서서 장려해야 한다. 셋째, 문재인 정부가 속이 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박근혜 정부에서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현 정부가 전 정부의 성과를 띄우기 싫어한다”는 시각이 있다. 넷째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은산분리 규제의 선을 넘는 것은 국정의 주도권을 참여연대와 민변, 노조 등에 빼앗기지 않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사사건건 국정에 시비를 걸면서 마치 문재인 정부의 상왕인 듯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세력들에 대해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점을 선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mykim@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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