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주의보’ 배경

원산지 둔갑·하도급 생산…
구체적 제재회피 사례 공개
대북 ‘돈줄죄기’ 다시 고삐

美北협상 미온적 태도 北에
‘先평화협정·종전선언 불가
비핵화 실질조치 하라’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3일 대북제재 주의보를 발령해 ‘북한 돈줄 죄기’에 다시 나섰다.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고 선(先)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압박’ 작전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북한의 반응 및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국무부·재무부·국토안보부 3개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북한 제재 및 단속 조치 주의보’를 통해 대북제재를 피해 북한과 불법 무역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기관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주의보에 따르면 북한은 그동안 대북제재의 구멍인 중국·러시아 등을 통해 원산지를 둔갑시켜서 제재를 회피해 왔다. 2014∼2017년 중국에 수출된 북한산 무연탄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주의보에서 북한과의 불법거래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239개 기업 명단도 공개했다. 이 중 152개 기업은 북한 내 외국인과의 합영회사다. 국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중국 회사가 북한 기업과 하청 계약을 맺은 뒤 의류를 생산하고, 북한산 수산물이 제3국으로 넘어간 뒤 재가공 절차를 통해 북한산이라는 흔적을 지우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또 주의보는 “북한이 해외 노동자 임금 총액의 30%를 선금 형식으로 압수하고 있다”면서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42개국도 명시했다. 대상 국가에는 중국·러시아를 비롯해 알제리·앙골라·적도기니·가나·세네갈·싱가포르 등이 포함됐으며 이들 국가는 농업·임업·의료·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8월 제정된 ‘러시아·이란·북한에 대한 통합 제재법’에 근거한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기업·기관에 대한 제재)’을 상기시키고 나온 이유는 북한의 미온적인 비핵화 태도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북한이 ‘시간 끌기’를 한다면 언제든지 제재 강화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동시에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이전에는 종전선언 및 제재완화가 없다는 점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브리핑에서 “대북제재가 이행되지 않으면 성공적 비핵화 가능성이 낮아진다”면서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유엔 회원국의 대북제재 이행·준수를 강력히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논평을 통해 “한반도 평화는 전 세계가 공유하는 목표지만, 국제사회는 핵무장을 한 북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선(先) 비핵화·후(後) 평화체제 구축’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단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번 주의보는 신규 제재와는 무관하다”고 밝혀 일단 이번 조치가 ‘경고성’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국무부는 “미국은 6·12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있다”면서 향후 협상 성패 여부가 북한에 달려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북한에 ‘공’이 넘어간 상태에서 북한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가 향후 북핵 협상 국면에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 6∼7일 폼페이오 장관의 제3차 방북 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상·하원은 주한미군 병력을 2만2000명 이하로 줄일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합의했다. 법안은 상·하원 본회의 의결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으면 법률로서 효력을 발휘한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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