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보물선 찾기’ 사례

최근 신일그룹이 러·일 전쟁 당시 금괴와 금화를 실은 채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인양에 나서기로 하자, 과거 국내외에서의 ‘보물선 찾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가는 대박을 터트렸지만, 민간업체는 대부분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보물선 탐사를 미끼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국내에서 보물선을 인양한 대표적인 사례는 1976년 전남 신안군 앞바다의 중국 원나라 무역선이다. 700여 년 전 태풍으로 침몰한 이 배에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도자기류 2만661점을 발굴했다. 당시 어부들이 그물만 건지면 도자기가 발견되자, 도굴꾼들이 득세했으나 문화재관리국이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접 발굴에 나섰고, 도굴꾼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문화재청은 2014년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100여 점의 조선백자를 실은 보물선을 발견했고, 1984년에는 전남 완도군 앞바다에서 3만여 점의 유물을 실은 배를 인양했다. 해외에선 2015년 영국 정부가 2차세계대전 당시 해저 5150m에 침몰한 선박에서 5000만 달러(약 549억 원) 상당의 은화를 건져냈다.

하지만 보물선 인양이 물거품으로 끝나 쪽박을 찬 사례도 있다. 2011년 한 탐사업체는 1945년 전북 군산시 고군산 반도 부근에서 미군 폭격을 받고 격침된 일본 화물선(253t급)에 금괴 10t(시가 6000억 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첨단장비를 동원해 발굴에 나섰으나 4t가량의 중국 주화만 찾아내 결국 ‘노다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한 탐사 전문가는 “과거 중국과 일본 배 침몰이 많았던 서해 일대에 금괴 소동이 자주 일어나면서 민간업자들이 발굴에 나섰으나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사기사건도 잇따랐다. 2002년 전북 군산에서 “2차세계대전 당시 1조3000억 원 상당의 금·은괴를 싣고 가다 군산시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배를 인양하면 금괴 지분 17%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로부터 7억 원을 받아 가로챈 발굴작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군산시는 ‘보물선 탐사’ 미끼 투자 사기사건이 잇따라 한때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다. 특히 2001년에는 G&G그룹의 이용호 회장이 보물선 사업 등을 미끼로 주가를 조작해 250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일본에서도 2007년 보물선 인양사업 등에 투자하면 원금의 2배를 준다고 속이고 투자자 1만여 명에게서 모두 500억 엔(약 5000억 원)을 빼돌린 건강 기능 식품회사 회장 등이 사기·횡령 혐의로 체포됐다.

보물선 인양 이후 투자금 배분문제를 두고 소송에 휘말린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 2015년 한 보물 사냥꾼이 투자자 161명을 끌어모아 4억 달러(약 4300억 원) 상당의 보물선을 찾아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으나, 투자대금 1270만 달러(약 130억 원)를 한 푼도 반환하지 않고 인양작업 참여업자를 홀대한 채 혼자 챙기다 법적 다툼 끝에 구속되기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부 보물선 탐사는 언론을 통해 세간의 이목을 끌면서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맹탕’으로 막을 내려 피해자를 양산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울릉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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