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그룹이 국내외 해양탐사 전문회사에 의뢰해 최초로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함명.  신일그룹 제공
신일그룹이 국내외 해양탐사 전문회사에 의뢰해 최초로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함명. 신일그룹 제공
1905년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일본 함대에 포위당하자 스스로 침몰한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1905년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일본 함대에 포위당하자 스스로 침몰한 드미트리 돈스코이호.
신일그룹이 의뢰한 탐사 전문회사가 울릉도 앞바다에서 유인 잠수정을 바다에 내리고 있다.
신일그룹이 의뢰한 탐사 전문회사가 울릉도 앞바다에서 유인 잠수정을 바다에 내리고 있다.
- 113년전 침몰 울릉도 앞바다서 발견된 ‘돈스코이號’

인양 비용만 수천억… “고물선 놓고 희대의 사기극” 반박도

신일그룹 “금괴·금화 5000상자”
러 학자 “3㎏짜리 벽돌 수백장”

심해에 배 두동강·부유물도 쌓여
동급 세월호 2800억 들었는데…

보증금으로 10%인 15兆 필요
이행보증금 확보도 큰 걸림돌

문화재청 “금화면 국가서 처리”
러 학자들 “러 정부 허락 필요”

가상화폐 투자자 모집 논란
금감원 “묻지마식 투자 자제를”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제정 러시아 발트함대 소속 철갑 순양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는 150조 원 규모의 금괴와 금화를 실은 보물선인가. 보물선이면 100여 년 전부터 논란이 된 인양 소동에 종지부를 찍고 일확천금을 확보할 수 있는가. 아니면 바다에 가라앉은 고철 고물선인가. 국내 한 민간업체의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이 부를 거머쥔다는 데 대한 부러움보다는 오히려 ‘희대의 사기극’ 논란과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업체 측은 ‘매장물 발굴법’에 따라 보물을 발견하면 20%를 국가에 귀속하고, 여기에 더해 일부는 국가에 기부해 큰 도움을 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업체는 수백억 원이 넘게 드는 인양과 발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 중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발굴에 걸림돌이 되는 ‘암초’가 곳곳에 널려 있어 인양에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25일 돈스코이호 인양작업 업체 신일그룹에 따르면 국내외 해양탐사 전문회사에 의뢰해 탐사한 결과,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113년 만에 발견했다. 돈스코이호는 러·일 전쟁 당시인 1905년 울릉도 앞바다에서 일본 함대에 포위당하자 스스로 침몰했으며 이 배에는 금화와 금괴 5000상자(200t) 등 현재 가치로 150조 원 규모의 보물이 실려 있다고 업체 측은 주장하고 있다.

신일그룹은 울릉군에 오는 2020년까지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받아 돈스코이호 인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해양수산부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낸 발굴·인양 승인 신청은 서류 미비로 반려됐다. 포항수산청 관계자는 “‘국유재산에 매장된 물건의 발굴에 관한 규정’에 따라 매장물 추정 가치에 대한 10%의 보증금과 크레인 투입 등 인양을 위한 이행보증금이 마련돼야 하지만 업체가 매장물 발굴 승인 신청서만 제출해서 보완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은 매장물 추정 가치가 150조 원이라고 밝힌 바 있어 보증금으로 15조 원(10%)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돈스코이호 발굴에 동참하고 있는 진교중 전 해난구조대장은 “보물을 아직 확인했다고 밝힌 적이 없어 보증금은 돈스코이호 고철(무게 약 4000t) 가격의 10%인 1억2000만 원 정도 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인양 단계에서 금괴와 금화가 발견되면 업체가 그 가치에 대한 10%의 보증금(보증서)을 포항수산청에 추가로 제출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미 탐사를 위해 20억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걸림돌은 인양을 위한 이행보증금 확보다. 이행보증금은 보증보험증권을 발급하면 되지만 신청인의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면 승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자본금 1억 원의 신생기업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돈스코이호는 두 동강 난 상태로 바닷속 계곡에 비스듬히 누워 있으며 그랩(Grap·집어 올리는 방식)으로 인양하면 200억∼300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한 수중 문화재 발굴 전문가는 “6800t급 세월호는 수심 44m에 침몰했는데도 2800억 원의 인양비용이 들었다”며 “이 배는 세월호와 비슷한 6200t급으로, 두 동강이 났다면 2차례에 걸쳐 인양해야 하고 세월호보다 10배나 깊은 바다에서 부유물에 쌓인 채 있어 그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몰라도 제대로 된 인양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보물이 있더라도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금화(화폐)에 따른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금괴와 달리, 금화는 문화재적 가치를 따져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에서 처리할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굴·인양을 시도하면 러시아와의 분쟁 발생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일그룹 관계자는 “침몰한 지 100년이 지났기 때문에 러시아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군사 사학자인 키릴 콜레스니첸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교수 등은 “승조원들의 유해가 남아 있을 이 배는 전쟁 매장지로 간주돼 러시아 정부의 허락 없이 어떤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를 찾은 최초 발견자임이 분명하고, 그에 따른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발견신고서’를 울릉군청에 낼 예정이다. 하지만 신일광채그룹과 동아건설이 서로 최초로 발견했다며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다툼으로 1708년 스페인 함대 ‘산호세’가 카리브해에 20조 원 가치의 보물을 실은 채 침몰한 것을 두고 스페인과 콜롬비아 정부, 인양회사 간 소송이 붙어 수년째 인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 측은 돈스코이호 발굴·인양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가상 화폐 투자자를 모집하고 나섰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 없이 풍문에만 의존해 투자했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돈스코이호 인양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신일그룹은 애초 업체 소개 위주였던 홈페이지를 가상화폐 실물경제 국제거래소를 중심으로 개편했다. 또 홈페이지를 통해 ‘신일골드코인’을 보물선 돈스코이호와 관계없이 예정보다 앞당겨 상장해 세계 시가총액 1위의 글로벌 가상화폐로 발돋움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업체 측은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서 신일골드코인은 신화를 써 왔다”며 “유독 한국에서 많은 잘못된 정보와 시기로 신일골드코인을 폄하하고 모함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홈페이지에는 돈스코이호 인양 관련 게시물도 삭제됐으며 경영진도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신일그룹 측은 발굴하면 매장물의 20%에 대한 국가 귀속과 별도로 △돈스코이호 추모관 건립 △울릉도 신공항 건설 등 숙원사업 개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위원회 기부 △남북경제협력사업 기부 등 국가에 큰 도움을 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한 학자는 “돈스코이호에 황금을 실었다는 역사적 기록은 없고, 당시 수평이 맞지 않아 3㎏짜리 벽돌 수백 장을 쌓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일그룹은 26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돈스코이호 인양 등에 대해 국내외 모든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울릉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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