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난민 문제의 심각성과 어필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난민 문제의 심각성과 어필의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난민·구금 외국인 돕는 공익법센터 ‘어필’ 김종철 변호사

1992년 난민협약 가입하고도
난민인정 기준 높고 심사 부실
인정땐 구직·건보 가능하지만
귀화 어려워 임대주택도 안돼
‘가짜’운운 말고 제대로 보호를

구금 외국인들 인권 ‘야만적’
난민 대상자들이 수감되기도
출생 신고도 못하는 無국적자
감기만 걸려도 병원비 수만원
비인간적 인신매매·착취 만연


공익법센터 ‘어필(APIL·Advocates for Public Interest Law)’이 문을 연 것은 2011년이다. 김종철(47) 변호사가 창립자다. 김 변호사는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고 2010년까지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반쯤’ 공익변호사로 살다가 2011년 아예 공익법센터를 차렸다. 최근에는 미국 국무부가 선정한 ‘인신매매 척결 영웅’에도 선정됐다. 홈페이지에 보면 어필은 난민, 구금된 외국인, 인신매매 피해자, 무국적자, 해외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한다고 돼 있다. 궁금증이 일었다. 난민과 구금된 외국인(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도 제주를 떠날 수 없다)은 어떻게 다른가. 인신매매 피해자는 납치된 외국인을 말하는 것인가. 무국적자는 어떤 상태의 사람들인가. 아니 애초에 무국적자가 존재할 수 있는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어필 사무실에서 김 변호사를 만나 얘기를 들으며 ‘한국의 야만’을 생각했다.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궁금증은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최근 가장 ‘핫’한 이슈인 난민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했다. 난민은 정치적, 종교적 이유 등으로 고향을 떠나 불가피하게 제3국을 떠도는 사람들이다. 어필의 지원 대상에는 난민 신청자는 물론 난민 인정자, 또 본인이 난민인지도 모른 채 구금된 외국인들이 포함된다.

“본래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데 반대로 박해 한다면 국제 사회가 보호해야 합니다. 그 고민 끝에 나온 게 유엔 난민협약이고요. 우리나라는 1992년에 국회 비준을 거쳐서 난민협약에 가입했습니다. 국회 비준을 얻어서 가입했기 때문에 헌법 6조 1항에 따라 난민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더욱이 난민협약은 산업화한 국가들 대부분이 가입한 상태입니다. 우리가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지켜질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많은 제주에서의 예멘 난민 얘기로 흘렀다. 가짜 난민 논란부터 각종 포비아(공포증)들이 우리 사회를 흔든 바 있다. 김 변호사는 “한국이 고작 4%의 난민 인정률을 보이는 상황을 보면 ‘가짜 난민’에 대한 우려보다는 우리가 제대로 된 난민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더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난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미국과 캐나다 같은 나라도 난민 인정률이 40%입니다. 유엔 통계를 보면 평균적으로 30%에 가깝습니다. 다른 나라는 40%인데 우린 왜 4%입니까. 우리나라에는 가짜 난민만 오고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진짜 난민만 간다는 건가요. 난민 인정 기준이 높고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난민을 판단하지 못하는 겁니다. 지금은 가짜 난민 운운할 때가 아니라 국제적 수준의 난민 보호가 필요할 때입니다.”

논란 속에서도 어필의 후원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김 변호사는 희망을 갖고 있다. 어필은 취약한 외국인들에게 소송대리인 비용 등을 받지 않고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현재 700여 명의 후원자가 있다. 매달 1만∼5만 원까지 정기 후원하는 개인 후원자들이다.

김 변호사는 “(예멘 난민 논란은)우리 안의 인종주의를 폭발적으로 드러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느 때보다 후원을 통해 응원해주시는 분이 많이 늘어난 시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난민 인정을 받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난민 인정자는 국내에서 자유롭게 직업을 구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과 건강보험 혜택 등도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그게 전부”라며 “난민 인정자는 난민협약에 따라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삶을 누리기에는 여전히 구멍이 많다”고 말했다.

“국민은 조건을 맞추면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지만 난민은 안됩니다. 난민이 장애인이라도 최근까지 장애인 등록이 안 됐어요. (임대주택에 들어가려면) 귀화해야 한다는데 귀화도 쉽지 않습니다. 높은 수준의 일정한 급여를 받아야 하고 통장에 돈도 좀 있어야 합니다. 근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난민은 없습니다. 정부가 난민 보호를 못 해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구금된 외국인은 또 뭘까. 외국인보호소는 경기 화성, 충북 청주에 있다. 체류 기간을 넘기거나 난민 신청 중 취업을 할 수 없는 기간에 취업했다가 적발된 외국인들이 이곳에 머문다. 외국인보호소에 머물다가 난민 인정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대부분 시설은 여전히 쇠창살로 둘러싸여 있으며 이곳에 갇힌 외국인들은 한정된 운동시간 말고는 야외로 나갈 수도 없다. 김 변호사는 “제 의뢰인은 3년10개월을 외국인보호소에 있었다”면서 “가장 야만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법원에서 재판을 해야 하고 자기가 잘못한 만큼만 갇혀있어야 하는데 외국인보호소 수감은 재판도 없고 기간도 없어요. 행정청(출입국·외국인청)이 명령을 내리면 구금됩니다. 문제가 있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 있다가 난민 인정을 받은 분들은 애초에 본인이 난민 신청 대상자가 된다는 사실도 몰랐어요.”

무국적자는 더 황당하다. 한국은 외국인 체류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의 경우 출생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 반드시 가족 중에 한국인이 있어야 한다. 물론 외국인 체류자는 자국 대사관을 통해 본국에 자녀의 출생을 등록하면 된다. 문제는 대사관에 갈 수 없는 경우다. 난민 신청자는 자국에 의해 박해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대사관에 갈 수가 없다. 이들의 자녀는 한국에도 본국에도 출생등록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무국적자는 이렇게 탄생한다.

“무국적자 아이들은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감기만 걸려도 몇만 원의 병원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취학 연령이 돼도 학교장의 재량으로 입학이 허가되지 않는 한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도 보장되지 않습니다. 국적 없이 어디에서도 증명되지 못하는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숨 쉬며 살아갑니다.”

인신매매는 생각보다 폭이 넓었다. 단순히 납치가 아니라는 의미다. 김 변호사는 “취약한 사람들을 착취하기 위해 모집하고, 이동시키고, 넘겨받는 행위가 인신매매”라며 “우리가 비준한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에 그렇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는 주로 바다 위에서 이뤄졌다. 한국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중 많은 사람이 노동착취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의미다.

어필은 2016년 국제이주기구(IMO)와 함께 현장조사를 통해 ‘바다에 붙잡히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원양어선에 타는 외국인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8∼20시간을 일한다. 그럼에도 한국인 임금의 3분의 1만 받는다. 2016년 한국인 원양어선원의 월 최저임금은 164만1000원이었으나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52만 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체납도 잦았다.

“인신매매 상황이 상당히 교묘합니다. 어선에 타는 외국인들은 자발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분들은 본국에서도 가난했고 취업이 안되는 상태였어요. 자발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더욱이 빚을 내서 많게는 1000만 원에 달하는 송출비용을 내고 옵니다. 여기에는 수수료와 이탈보증금이 포함됩니다. 특히 이탈보증금의 경우 배가 떠나면 돌려받을 수 없는 비용입니다. 이런 취약한 상황 탓에 외국인노동자들이 저임금에 노동시간 제한 없이 착취를 당하는 겁니다.”

김 변호사의 얘기를 들을수록 마음 편히 ‘한국의 야만’이라고 ‘퉁’ 치기는 어려웠다. 이런 일에 눈을 감는 건 ‘한국인의 야만’이자 ‘우리 안의 야만’이기도 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필의 2016년도 연간보고서는 한국 현실의 슬픈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선원들이 하루 20시간 넘게 일하며 잡은 갈치를 어필 직원과 함께 먹다 “흠집이 나서 상품 가치가 없어진 이 갈치들이 우리 추석 보너스”라는 말을 한 대목이 기록돼 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관련기사

임정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