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거목 최인훈 작가가 지난 23일 별세했습니다. 25일 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문학인장’으로 영결식이 치러졌는데요.
추모사를 낭독한 방민호 문학평론가가 그러더군요. “거인의 시대가 가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한국문학의 한 세대를 이끌었던 거인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최인훈은 전후(戰後)문학, 4·19 문학으로 상징되는 세대의 대표작가였습니다. 그가 1960년에 발표한 소설 ‘광장’은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당시, 감히 상상하기 힘든 결말로 한국문학의 큰 흐름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러했던 거인들이 최근 2년간 잇따라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1932∼2016), 시인이자 영문학자로서 학문적 성과를 높인 김종길(1926∼2017), 서정성과 종교적 경건함을 추구했던 다작의 시인 황금찬(1918∼2017), 시조문학의 상징 정완영(1919∼2016) 등. 모두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6·25를 온몸으로 견디고 4·19와 5·18 등 격변의 현대사 속에서 고뇌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문학을 풍성하게 했던 증인들입니다.
이들의 퇴장이 아쉽습니다. 거인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작품도, 정신도 그대로 잊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그나마 최인훈의 ‘광장’은 나은 편이었습니다. 문학과지성사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으니까요. 2008년 문지가 펴낸 ‘최인훈 전집’은 이제 수많은 연구자에게 ‘바이블’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호철의 ‘탈향’, 김종길의 ‘성탄제’, 황금찬의 ‘보릿고개’는 어떨까요. 그들의 작품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지난해 은행나무 출판사가 기획한 지 5년 만에 ‘미당 서정주 전집’(20권)을 완간했습니다. 출판계로선 매우 기념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손익을 따져야 하는 출판사로선 커다란 모험이었을 겁니다. 거인은 갔지만 그의 작품은 보존하고 싶은 존경의 마음이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최근 ‘만다라’ 김성동 작가도 1991년 문화일보 연재 이후 무려 27년 만에 소설 ‘국수(國手)’를 완간해 화제가 됐습니다. 70대를 넘긴 작가의 집념과 그를 기다려준 솔출판사의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사실 6권이나 되는 이 소설이 얼마나 잘 읽힐지도 의문이지만 고승철 나남출판사 대표의 전화 한 통은 ‘거인 시대의 종말’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국수’ 출간 기사 잘 봤습니다. 올여름 피서용으로 저도 주문해 놓았습니다. 아, 그리고 김성동 선생 저서 가운데 이런 책도 있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항일 독립투사들에 대한 평전 모음. 부디 무더위 잘 견디시길 빕니다.”
clark@munhwa.com
추모사를 낭독한 방민호 문학평론가가 그러더군요. “거인의 시대가 가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한국문학의 한 세대를 이끌었던 거인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최인훈은 전후(戰後)문학, 4·19 문학으로 상징되는 세대의 대표작가였습니다. 그가 1960년에 발표한 소설 ‘광장’은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당시, 감히 상상하기 힘든 결말로 한국문학의 큰 흐름을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러했던 거인들이 최근 2년간 잇따라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분단문학의 거장 이호철(1932∼2016), 시인이자 영문학자로서 학문적 성과를 높인 김종길(1926∼2017), 서정성과 종교적 경건함을 추구했던 다작의 시인 황금찬(1918∼2017), 시조문학의 상징 정완영(1919∼2016) 등. 모두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해방과 6·25를 온몸으로 견디고 4·19와 5·18 등 격변의 현대사 속에서 고뇌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문학을 풍성하게 했던 증인들입니다.
이들의 퇴장이 아쉽습니다. 거인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작품도, 정신도 그대로 잊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그나마 최인훈의 ‘광장’은 나은 편이었습니다. 문학과지성사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으니까요. 2008년 문지가 펴낸 ‘최인훈 전집’은 이제 수많은 연구자에게 ‘바이블’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호철의 ‘탈향’, 김종길의 ‘성탄제’, 황금찬의 ‘보릿고개’는 어떨까요. 그들의 작품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요.
지난해 은행나무 출판사가 기획한 지 5년 만에 ‘미당 서정주 전집’(20권)을 완간했습니다. 출판계로선 매우 기념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손익을 따져야 하는 출판사로선 커다란 모험이었을 겁니다. 거인은 갔지만 그의 작품은 보존하고 싶은 존경의 마음이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최근 ‘만다라’ 김성동 작가도 1991년 문화일보 연재 이후 무려 27년 만에 소설 ‘국수(國手)’를 완간해 화제가 됐습니다. 70대를 넘긴 작가의 집념과 그를 기다려준 솔출판사의 신뢰가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사실 6권이나 되는 이 소설이 얼마나 잘 읽힐지도 의문이지만 고승철 나남출판사 대표의 전화 한 통은 ‘거인 시대의 종말’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국수’ 출간 기사 잘 봤습니다. 올여름 피서용으로 저도 주문해 놓았습니다. 아, 그리고 김성동 선생 저서 가운데 이런 책도 있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항일 독립투사들에 대한 평전 모음. 부디 무더위 잘 견디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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