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령 문건’ 사태로 드러난 軍 총체적 문제

국방장관 - 기무사 진실공방
최악 ‘하극상’ 상황 치달아
‘조직 와해 위기 직면’우려

국방부 내부 회의 자료 등
보안유지 문건도 잇따라 공개
보고라인 밟지 않은것도 문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벌어진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관련 논란은 국방부와 군 내부의 총체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군의 탈정치화와 기강 확립에 실패했음은 물론 보안 유지에도 구멍이 뚫리면서 조직 자체가 와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벌어진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부의 진실 공방은 군이 가장 경계해야 할 하극상의 상황으로까지 번졌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계엄 문건을 전달한) 3월 16일 송 장관에게 충분히 사안의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설명했다. (보고 시간이) 20분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송 장관을 겨냥했다. 송 장관이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은 뒤 약 4개월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이 사령관은 ‘충분한 설명을 했다’며 송 장관에게 책임을 미룬 것이다. 송 장관은 “5분 정도 보고를 받았다. 다 볼 시간이 없어 놓고 가라고 했다”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급기야 민병삼(대령) 100기무부대장은 송 장관이 지난 9일 국방부 실·국장 회의에서 “(기무사의)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민 부대장은 “군인의 명예와 양심을 걸고 답변한다”면서 계엄 문건 처리 과정에서 ‘송 장관의 인식이 안일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쏟아냈다. 송 장관은 “대한민국 대장까지 지내고 국방부 장관을 하고 있는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진실 여부는 향후 가려지겠지만, 국방수장과 지휘관이 계급과 지휘 계통 없이 다툼을 벌인 모습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되면서 군의 체면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송 장관과 기무사의 공방은 송 장관이 국방부를 완전하게 장악하지 못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국방 개혁을 둘러싼 내부 갈등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군 안팎에서는 기무사가 조직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방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국방부에 대놓고 반발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탈정치화를 해야 할 군이 겉으로만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내부 조직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더욱이 계엄 문건 사태의 본질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국방부가 실제 실행을 염두에 둔 계엄을 검토했는가 여부지만, 오히려 이후 계엄 문건 처리 과정에 관심이 쏠리면서 양상이 혼탁해지는 상황이다.

보안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할 군 내부 문건이 외부에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된다. 계엄 문건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지난 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서였다. 이 의원은 관련 자료가 기밀문서로 지정되지 않아서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계엄 문건이 군사 기밀로 지정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 보안 문제는 물론 공식 보고 라인을 거치지 않은 문건의 성격에 대한 의문이 쏟아져 나왔다. 청와대는 계엄 ‘대비계획 세부 자료’를 공개하며 보안 파기에 한몫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기무사의 계엄령 관련 문건을 모두 제출하라고 지시를 내렸고 청와대는 세부 자료가 들어오자마자 주요 내용을 추려 발표했다. 결국 24일 국방부가 ‘대비계획 세부 자료’를 국회 국방위에 제출하면서 67페이지에 달하는 전문이 공개되기 이르렀다. 자료에는 군사기밀 2급 표기가 있지만 실제 지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개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무사는 25일 ‘위수령 (검토) 문건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송 장관의 발언을 입증하기 위해 다시 지난 9일 열렸던 내부 회의 자료를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군 내부 문서가 공개 기준과 규율 없이 외부로 제공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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