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교수·경제학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기존의 ‘소득주도 성장’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경제 노선에 변화가 있음을 시사했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것이 배제적 성장이고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소득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져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문 정부는 그동안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우면서, 가계의 지갑을 두껍게 함으로써 소비를 늘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수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정책 카드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과 주당 52시간 근로를 내세웠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 위원이 빠진 반쪽짜리 회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함으로써 두 해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무거운 인건비 부담을 떠안게 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정 근로시간 단축 역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탄력근무제와 같은 보완책이나 개별 기업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면서 사업체와 근로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다. 결국,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에 대한 단속을 6개월 유예하면서 사실상 준비가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포용적 성장을 언급한 것은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갈수록 떨어지는 경제지표로 인한 여론 악화 등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슬로건만 바꾸면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선, 포용적 성장은 소득주도 성장과는 많이 다른 개념이다. 포용적 성장은 시장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은 시장 임금체계에 직접 개입함으로써 노동시장과 국가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 그리고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이념적 정책 실험을 지속하기엔 국내외 경제 상황이 많이 나쁘다. 지난 1년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앞다퉈 성장했는데, 우리는 성장률 전망을 2.9%로 하향 조정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결과로 우리 경제의 일자리 증가는 반 토막 났고, 청년실업률은 최악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향후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우리 경제가 입을 피해는 실로 막대할 것이다. 이 와중에 중국은 평가절하 정책을 사용하면서 위안화의 가치를 낮춤으로써 우리의 수출을 더 큰 곤경에 빠뜨리는 형국이다.

인건비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을 감내할 수 없는 중소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900개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지었다.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국내 설비투자는 감소하는 추세다. 이처럼 해외로 이탈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국내에 투자돼야 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면 정부가 원하는 일자리 창출도 요원할 것이다.

정부 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다. 지금처럼 단순히 슬로건만 바꿀 게 아니라, 지금까지 펴 온 정책의 문제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기존 경제정책의 총론뿐만 아니라 각론 자체를 과감하게 수정·보완해야 한다. 이제라도 당·정·청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의 기(氣) 살리기를 통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을 견인함으로써 경제 성장도 가능하도록 내실을 다지는 데 힘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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