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오미리 체험장
장작 쌓고 불쏘시개로 불붙여
땡볕속 부채질 열기·연기 가득
“덥지만 태어나 첫 솥밥 신기해
누룽지처럼 구수한 밥맛 일품”
한쪽선 ‘얼음위 맨발서기’ 게임
냇가에선 다슬기 잡기·물놀이도
올해 지역 단위 농촌관광시스템 구축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지방자치단체는 전북 남원시·순창군, 전남 강진군, 경북 문경시·고령군, 강원 양구군 등 6개 시·군이다. 지난해 5개 시·군에서 경북 문경시가 추가됐다. 최봉순 농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농촌애(愛)올래 캠페인을 통해 농촌의 일자리와 농가 소득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무지하게 더운데, 무지하게 재미있어요!”
기온이 36도를 넘은 지난 21일, 강원 양구군 방산면 오미리 농촌체험장에 마련된 가마솥 아궁이 앞에 모여든 학생들은 “신기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전국을 뒤덮은 가공할만한 폭염(暴炎) 경보 속에서 시간은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미 블루베리 수확 체험을 마치고 온 상태였다.
가만히 있어도 등에서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에 아궁이 앞에서 불을 지피는 학생들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학생들은 진행을 맡은 신현숙 양구농촌관광시스템구축사업단 사무국장의 안내에 맞춰 태어나서 처음 가마솥 밥을 짓는다. 1단계는 아궁이에 어슷하게 장작 쌓기. 학생들은 신 국장과 마을 주민들에게 장작을 어슷하게 쌓아야 불이 잘 붙는 이유를 듣고 고개를 끄덕인다.
2단계는 불 지피기. 불쏘시개는 마른 솔가지, 짚, 종이, 깻묵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신 국장이 “삼각형으로 쌓은 장작 아랫부분에 불쏘시개를 넣어주세요”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다른 사람이 하는 양을 곁눈질하며 따라 한다.
안전을 위해 동네 주민들이 불을 붙여준 뒤, 학생들은 3단계로 씻은 쌀을 가마솥에 넣고 물의 양을 재기 위해 손바닥으로 눌러 손등을 살짝 넘을 만큼 맞춰준다. 쌀은 오미리가 자랑하는 ‘친환경 유기농 향미’. 밥을 지어 먹으면 구수한 누룽지 맛이 나서,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에도 납품했을 만큼 유명한 쌀이다. 올해는 5월에 이미 다 팔려서 ‘없어서 못 산다’는 쌀이다. 그 뒤 가장 어려운 과정, 부채질하기. 초등학교가 폐교된 뒤 만들어진 체험장 바깥쪽 운동장에는 태양이 작열(灼熱)하는데, 장작불에 부채질을 하니 열기와 연기가 견디기 어렵다.
이런 때를 대비해서 한쪽에서 큰 얼음 위에 맨발로 올라 오래 참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진행된다. 상품은 오미리 특산품. 게임 구호는 ‘더위야 가라!’. 한쪽에서는 장작불이 타오르는데, 큰 얼음 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주문처럼 “더위야 가라”를 연신 외친다.
양구에서 온 신범진(10) 군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마솥 밥을 지어본다”며 “덥긴 한데 밥 짓는 것도 재미있고, 얼음 위에 올라가서 게임을 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신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참가 학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최효선(15) 양은 맨발로 얼음 위에 올라가 젖은 발을 장작불에 말린다.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마을 식당에서 자신이 지은 가마솥 밥과 양구에서 채취한 신선한 채소로 식사를 한 뒤 학생들은 근처 냇가에서 ‘다슬기 잡기’와 ‘물놀이’를 했다. 물이 깊지는 않지만, 안전을 위해 학생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했다. 주민들은 “양구 다슬기는 옛날부터 1급수에서 자라 중국산 다슬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고 맛이 좋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양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뒤 다른 지역으로 시집가서 지금은 경기 오산시에 산다는 조선옥(63) 씨는 “여름이면 양구만큼 좋은 곳이 없다”며 “여름이면 해마다 양구를 찾는다”고 말했다. 조 씨는 지금 오미리 농촌체험장으로 쓰이는 옛 오미초등학교가 폐교되기 전 2회로 졸업했다고 한다. 조 씨의 여동생 조영림(58) 씨는 “옛 오미초교에서 친구들과 모임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춘천에서 온 이미혜(37) 씨는 “양구에 사는 지인이 양구 농촌관광 프로그램이 아주 좋다고 추천해줘서 8세, 5세 두 아이를 데리고 참가했는데 애들이 너무 즐거워한다”며 “내년에도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물놀이가 끝난 학생들은 농촌체험장으로 돌아와 양구에서 수확한, 속까지 시원해지는 수박을 먹으며 전래놀이와 보물찾기,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을 한 뒤 ‘배꼽 잡는 양구 농촌체험여행’을 마쳤다.
양구 =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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