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청와대가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과 관련해 첨부물 67쪽 분량을 발표하자, 여당과 일부 언론은 ‘쿠데타 예비음모’라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 기무사의 계엄 문건을 보는 보수 우파의 시각은 다르다. ‘쿠데타 예비음모’가 아니라, 헌정질서를 유지하려는 ‘호헌(護憲) 계엄’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나의 문건을 보는 상반된 여야의 시각은, 마치 화가 루벤스의 그림 ‘시몬과 페로’를 보는 느낌이다. 이 루벤스의 그림을 본 어떤 사람은 ‘포르노그래피’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성화(聖畵)’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림 ‘시몬과 페로’는 늙은 노인이 젊은 여인의 젖을 빠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얼른 보면 영락없는 포르노다. 그런데 노인과 여인 두 사람은 아버지와 딸 사이다. 포르노가 아니라 성화임을 알 수 있는 포인트다. 여기에서의 교훈은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림의 애정 행각만 보고 ‘포르노’라고 하듯이, 여당은 67쪽 기무사 계엄 문건을 반란 예비음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화’라는 진실은 노인의 손을 묶은 쇠사슬이 잘 말해 준다. 마찬가지로 기무사 계엄 문건의 진실은 당시 헌정질서 유지를 위한 군 본연의 임무인 호헌계엄 문건이라는 데 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이 문건과 관련,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관 이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군에서 있을 수 없는 상하 간의 충돌이다. 기무사령관은 최근 기무사 개혁 분위기 속에서 기무사의 존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 문건을 이슈화하여 기무사가 이른바 쿠데타를 방지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국방장관 입장에서는 이 문건을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로만 판단했지, 이른바 군의 쿠데타 음모로 판단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시 계엄은 합동참모본부에서 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비상사태 시의 계엄은 기무사에서도 관여해 왔다. 기무사는 쿠데타 방지 같은 대(對)전복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비상사태 시 계엄 업무도 대전복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또, 계엄선포 시에 기무사가 합동수사본부를 설치, 운영해야 하므로 기무사가 어느 정도 관여할 수밖에 없다. 합참은 전쟁을 수행하는 조직이므로 비상사태 시 계엄계획 수립 능력에는 제한을 받는다.
계엄은 전시나 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선포한다. 이는 국가안보를 위해, 즉 헌정질서 유지를 위해 선포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든 기각되든 당시 분위기로 보아 헌정질서 유지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판단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호헌 계엄계획’을 수립했던 것인데,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오히려 안 하면 그것은 군의 직무유기다. 떳떳했기 때문에 다음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훈련에 참고하기 위해 존안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탄핵 찬반 시위가 한창이던 당시 시위대 일각에서는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는 헌재의 결정마저 무시하는 초헌법적 지위에 있던 사람이었단 말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기무사 계엄 문건 사건을 없던 일로 처리하고 마무리 짓는다면, 루벤스의 그림 ‘시몬과 페로’가 포르노가 아니고 성화로 평가받는 것처럼 문 대통령의 판단도 ‘훌륭한 군(軍)통수권 행사’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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