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송환 美軍유해 50여구 오산 도착

내달1일 오산서 공식 송환행사
향후 하와이로 옮겨 정밀감식
백악관 “중요한 첫번째 조치”

北, 정전협정일 맞춰서 보내
종전선언 등 ‘상응조치’ 압박

북한이 6·25 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미군 유해 50여 구를 27일 송환했다. 이번 송환으로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다만 정전협정 체결일인 매년 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하는 북한은 승전의 기념으로 미군 유해를 송환하면서 미국에 종전선언 등 비핵화 상응 조치를 더욱 강도 높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5시 55분 오산 기지를 이륙한 미군 C-17 수송기는 오전 11시 미군 전투기 2대의 호위를 받으며 다시 오산 기지로 돌아왔다. 이 수송기에는 북한 원산 갈마비행장에서 북한으로부터 송환받은 미군 유해 50여 구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에 유해 송환용 나무상자 55개가 전달됐으나, 실제 이송될 유해가 몇 구가 될지는 현재 상황에선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C-17 수송기에는 한국의 유엔군 사령부 및 미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 요원들이 탑승하고 있었다”며 “오는 8월 1일 오산 기지에서 공식적인 송환 행사가 개최될 것”이라고 밝혔다. DPAA 관계자들은 이날 이송에 앞서 북한 현지에서 간단한 유해 확인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공식 송환 행사 이후 DPAA 본부가 있는 하와이로 유해를 옮겨 정밀 감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오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6·12 미·북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합의 일부를 실행했다”며 “우리(미국)는 북한의 행동과 긍정적인 모멘텀에 고무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군 유해 송환과 발굴 작업 재개에 있어 중요한 첫 번째 조치”라고 밝혔다.

이번 미군 유해 송환은 지난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미·북은 지난 15·16일 판문점에서 미군 유해 송환 관련 장성급 회담과 실무회담을 각각 개최하고 북한 지역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55구가량을 정전협정 체결일인 27일 항공편으로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확보해 놓은 미군 추정 유해 200여 구에 대해 자체 감식 작업을 해왔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유해를 송환한 만큼 향후 미국에 ‘선의의 조치’를 강조하며 종전선언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준희 기자 vinkey@, 외교부 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