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도입
개인정보 노출·수치심 해소
진료 때만 이름 불러 확인
다른 병원으로 확산 가능성


“A-35번 환자분 진료 들어오세요!”

서울대병원이 환자 진료 시 대기 환자를 부를 때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는 방식으로 호명 시스템을 개편한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27일 “개인정보 보호 및 수치심 해소 차원에서 병원 외래진료 공간을 리모델링하면서 환자 부르는 방식을 바꾼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완료되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예컨대 그동안 진료 대기 환자의 진료 차례가 왔을 때 간호사가 “김철수 환자분!” “이영희 환자분!” 등으로 환자 이름을 불러왔지만, 개편 후에는 커피전문점 등과 같이 진료 등록 시 부여받은 ‘A-1번 환자분’‘A-2번 환자분’ 등과 같이 숫자 형태로 부르게 된다.

그동안 병원에서 이름이 호명되면서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데 따른 환자의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비뇨기과나 산부인과, 피부과 등 질환명이 대략 짐작되는 상황 속에서 환자 이름이 주변에 불릴 경우 개인의 수치심 등을 유발하는 문제도 있었다. 서울대병원은 환자 호명시스템을 개편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환자 진료 시 환자가 바뀌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의사의 진료 시에는 이름을 확인하게 된다. 번호 호명 후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면 기록지를 검토한 의사가 1대1 진료 전에 이름을 한번 불러 최종 확인하는 식이다. 이는 서울대병원에서 처음 시도하는 시스템이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국내 최고 병원으로 평가받는 서울대병원의 이러한 ‘실험’은 다른 병원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환자의 개인 이름이 호명되거나 진료 상황판에 기재돼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약 처방을 할 때 일반적으로 ‘식후 30분 복용’을 삭제하고 ‘즉시 복용’으로 개편한 바 있다. 식후 30분 복용이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고, 식후 30분 동안 기다려야 하는 환자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시행됐다. 또 서울대병원은 환자 편의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 보라매병원 등 관계병원과 의료정보화 시스템에 관한 협업도 진행 중이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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