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도 유발… 시민 고통 호소
지자체들 ‘방지법’시행 소홀
밤새도록 켜져 있는 가로등, 전광 간판, 옥외 광고물 등의 조명에 따른 ‘빛 공해’로 고통받는 이들이 7년 새 7배가량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빛 공해는 부적절한 인공 조명의 사용으로 야간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돼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고, 환경에 피해를 주는 현상을 일컫는다. 전문가들은 빛 공해가 자칫 암까지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전환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자유한국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빛 공해 민원은 2010년 1030건, 2012년 2859건, 2014년 3850건, 2017년 6969건으로 7년 사이 약 7배로 증가했다. 빛 공해와 관련해 지난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빛 공해를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지난해 이은일 고려대 의대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은 수면 중 약한 빛 노출만으로도 뇌 기능이 저하되고 유방암과 전립선암 등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작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 지방자치단체는 관련법에 명시한 방지계획 수립과 환경영향평가 시행 기한까지 위반해 가며 빛 공해를 낮추는 데는 소홀한 형편이다. 정부는 빛 공해의 심각성에 따라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을 제정해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빛 공해 방지법에는 ‘시·도지사는 빛 공해 방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17개 시·도 중 경북, 전북, 강원, 제주는 계획 수립 연도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 충남, 전남, 세종은 올해, 충북은 내년에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법 시행 후 경과 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현재 빛 공해 방지법에는 ‘시·도지사는 빛 환경이 주변 지역에 미치는 환경상 영향을 3년마다 1회 이상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17개 시·도 중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는 환경영향평가를 한 번씩만 진행하고 ‘3년마다 1회 진행’은 이행하지 않았다.
지자체들이 빛 공해에 무관심한 것은 관련법을 어겨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시범사업 당시에는 정부에서 관련 사업 예산이라도 배부했지만, 지금은 중단됐다. 임 의원은 “빛 공해 방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환경부와 지자체의 관심 부족으로 빛 공해 방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방지계획을 법 개정 후 1년 안에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빛 공해 대책 시행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안세창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국회와 최대한 협력해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빛 공해 저감에 나서도록 후속 대책을 최대한 빨리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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