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국내 성장률이 0.7%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성장률과 비교하면 0.3%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성장률 부진이 하반기에도 계속되면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성장률 목표치 2.9% 달성이 어려워진다. 미국·중국의 무역전쟁에 휩쓸려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 타격이 심각해 성장률 저조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무역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는데 한국만 성장률이 꺾이는 건 부진한 기업 투자 때문이다. 설비투자가 전분기보다 6.6%나 줄었다.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혁명적으로 내렸고,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경쟁국도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만 ‘3% 인상’이란 역주행을 하고 있다. 국내 인건비가 중국과 동남아 국가의 3배가 넘자 사업장 해외 이전을 고려하던 국내 기업이 결단을 앞당겼다. 법인세 인상을 정부 규제의 시그널로 받아들인 외국 기업도 한국 직접투자를 줄였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업 투자는 더욱 위축됐다. 김대중 정부는 자회사 배당수입을 익금(益金) 불산입하는 법인세 혜택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했다. 방계 계열사 분할 목적으로 LG·GS·LS는 일찌감치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한 SK는 노무현 정부가 지주회사 최저 지분율을 20%까지 낮추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2007년에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당시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는 지주회사가 투명 경영의 상징인 것처럼 추켜세웠다. 최근 지주회사가 적은 지분율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자산 규모와 순이익을 부풀린다며 회계감리를 강화할 낌새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순환출자 해소를 명분으로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지주회사 전환을 압박하는 양면성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분할 및 합병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마련하고 주주총회를 소집했으나 해외 펀드가 조직적으로 반발하자 다급히 철회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출자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 투자 감소는 일자리 악화로 이어져 ‘일자리 정부’ 간판을 내건 문재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기업과 중간층 이상의 개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세수가 늘어나자 재정 지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법인세는 미래 현금 흐름을 줄이는 요인이어서 기업 투자를 위축시킨다. 세계 각국이 일자리 유치를 위한 세금 인하에 나서는데 우리만 기업 세금을 더 거둬 재정 지출을 늘리는 것은 지속 가능성이 없는 무리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에 대한 규제 혁파를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 출자 규제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도 혁신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자금 조달을 도와야 한다. 기업주가 소득을 재투자할 경우 소득세 과세이연을 통해 투자자금을 확충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노동 규제도 당사자 간의 계약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밤낮없는 훈련을 통해 국제적 스타로 성장하려는 K팝이나 스포츠 아이돌에게 최저임금과 주(週)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할지도 따져볼 일이다. 개인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결집할 수 있는 기업 환경 조성이 지속성 있는 성장을 이끌 최선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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