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도시’ 만들기 나선 오승록 노원구청장
“區에 큰 문화예술시설 없어
주민들 여가 즐기는데 불편
서울시 추진案 임기중 착공
사람에 투자하는 복지 주력
수락산 등 지역특성 활용
주민친화적 쉼터도 조성
30년 이상 노후아파트 많아
정부와 재건축 시행 등 협의
투기지역 해제도 건의할 것”
지난 6일 서울 노원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오승록 노원구청장 취임식은 독특한 진행 방식으로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의 모든 구청에서 화제가 됐다.
오 구청장이 헤드셋을 쓰고 주민 앞에서 민선 7기 구정 운영 방향을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주민들과 함께 삼행시를 지어 행사장을 유쾌하게 만들기도 했다. 공무원들 위주로 모여 단체장 약력 소개→ 취임 선서→ 취임 선언문 낭독으로 이어지는 취임식 관행을 깬 단체장의 시도에 공무원들과 주민들 모두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27일 “지역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는 짧은 취임 소감과 함께 기자를 맞았다. 올해 49세로 젊은 구청장이지만 지역 현안과 주민들의 요구에 대한 질문엔 수치와 그래프까지 제시하며 답변할 정도로 정통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 6·13 지방선거 때 구정 목표로 ‘힐링 도시 노원’을 내걸었고 64.9%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삶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오 구청장은 “노원구는 지리적으로 서울 변두리인 데다 산업단지나 대형 시설이 없는 베드타운인 것이 현실”이라며 “장거리 출퇴근에 지친 주민들이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부터 만드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며 ‘힐링 도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가 건립을 추진 중인 2000석 규모의 대형 클래식홀을 지하철 1호선 광운대 역세권으로 유치하는 한편, 수락산·불암산 등 4개의 산이 있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즐겁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울 강북권에 제대로 된 문화시설이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큽니다. 마침 광운대 역세권에 아파트를 재개발하면서 1만여 ㎡의 토지를 기부받기로 돼 있는데 대형 클래식홀을 조성하기 충분한 규모예요. 원래 서울시가 세종문화회관 옆 주차장 부지에 지으려 했다가 외교부 등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죠. 그것을 노원으로 유치하겠다는 것입니다. 강북권 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공연장이라는 명분도 있고 토지도 준비돼 있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제 임기 중에 착공할 수 있도록 유치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오 구청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또 다른 가치는 ‘건강·복지 도시’였다. 55만 인구 중 20%가량이 복지 정책이 필요한 지역 현실에서 비롯됐다. 그는 “삶의 질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지만, 현실적으로 국가나 지자체의 투자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노원형 복지’를 만들기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구청장이 구상 중인 ‘노원형 복지’는 사람에 대한 투자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초선 단체장들이 당선 초기 의욕적으로 내놓는 대형 토목사업 계획 대신 내놓은 야심작이다.
그는 “정부와 서울시 예산만 바라보는 복지 행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 구청장은 “신생아부터 영유아, 청소년, 어르신, 장애인들을 잘 돌보고 살피기 위해선 결국은 사람이 나서야 하는데 지금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필요한 인력을 보강해 복지 사각지대가 없도록 촘촘한 그물망을 짜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시스템 구축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안전한 생활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기존 지자체 복지 행정에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구청장은 또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어린이집에 교사와 도우미를 추가로 보내주고 방과 후 마땅히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 방황하는 맞벌이 가정 자녀들을 위해 구청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학교에 예산을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구청 복지 행정과 조직에도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 구청장은 자신의 복지 철학을 뒷받침할 부구청장으로 김인철 전 서울시 복지본부장을 데려왔다.
이어 오 구청장은 “노원구에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가 많아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아파트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요건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노원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아파트 재건축 추진 자체가 쉽지 않아졌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는 “1995년 이후 23년간 도시기본계획 수립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역 발전 방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라며 “일단 노후한 주거 환경 개선 대책 마련을 위한 용역 연구를 내년에 진행하기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정부에 재건축 규제 개선을 요구하고 투기지역 해제도 건의하겠다는 게 오 구청장의 생각이다.
오 구청장은 현안 해결과 공약 이행을 위해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노원에서 8년 동안 서울시의원을 했고 지난 지방선거 때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집행권을 갖게 된 지금 느끼는 부담감이 훨씬 커서 “세상 모든 무거운 짐을 다 진 사람처럼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지방자치는 일방이 아닌 쌍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주민 참여를 활성화해 공약과 발전 계획을 숙성시키고 세련되게 다듬어 ‘힐링 도시 노원’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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