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랭킹발표 늦어져 ‘좌절’
전북때 연봉 3분의1 수준에도
“할로, 킬… 팀 위해 헌신할 것”
입단 하루만에 친선경기 데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재성에게 관심을 쏟았으나, 정작 그의 행선지는 독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결론부터 내리자면 국가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발표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이재성은 지난 28일(한국시간) 독일 2부 리그 소속인 홀슈타인 킬에 입단했다. 그에 앞서 프리미어리그 다수의 구단이 이재성을 주목했고 영입 작업에 착수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A에 따르면 허더즈필드 타운, 풀럼 등이 이재성에게 관심을 보였고, 특히 허더즈필드는 이적료 200∼300만 달러(약 22억∼34억 원), 연봉 200만 달러 규모의 영입 제안을 마련했다. 지난 19일 예정됐던 FIFA 랭킹 발표가 다음 달 중순으로 연기되면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봉쇄’됐다. 이재성은 ‘차선책’, 즉 홀슈타인 킬 입단을 선택했다. 이적료는 150만 유로(20억 원).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기 위해선 영국 정부로부터 워크퍼밋(취업허가서)을 받아야 한다. 워크퍼밋은 선수가 속한 국가의 FIFA 랭킹이 50위 이내여야 발급된다. FIFA 랭킹 1∼10위 국가의 선수는 2년간 대표팀이 치른 A매치의 30%, 11∼20위는 45%, 21∼30위는 60%, 31∼50위는 75% 이상 출전하면 워크퍼밋이 교부된다. 한국의 FIFA 랭킹은 현재 57위. 한국은 그러나 지난달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에서 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완파했기에 50위 내 진입을 예약했다. 그런데 FIFA는 랭킹 발표를 미뤘다.
이재성의 형 이재혁 씨는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재성이에게 꾸준히 관심을 쏟았고, 영입 제안도 준비 중이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FIFA 랭킹 발표가 연기되면서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리미어리그 이적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시즌까지 통상 8월 말 여름 이적시장을 마감했지만, 올 시즌엔 개막일(8월 11일) 이틀 전(8월 9일)까지 선수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이 때문에 FIFA 랭킹이 발표되는 8월 중순에는 이적할 수 없다.
하지만 이재성은 유럽 진출이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홀슈타인 킬 유니폼을 입었다. 홀슈타인 킬의 규모는 이재성의 전 소속팀 전북 현대보다 작다. 연봉도 당연히 낮다. 이재성은 전북에서 받던 연봉의 3분의 2를 포기했다. 이 씨는 “재성이의 홀슈타인 킬 연봉은 전북 시절의 3분의 1 수준”이라며 “재성이의 유럽 진출 꿈이 러시아월드컵을 치르면서 더 간절해졌기에 겨울 이적시장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또 “홀슈타인 킬이 재성이를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겠다고 약속했기에 연봉 손실을 감수하면서 옮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이재성의 지난해 연봉은 8억4450만 원이었다.
비록 차선책이지만 홀슈타인 킬에 머물면서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독일을 포함해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2부 리그 소속은 해당 국가 1부 리그로 이적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홀슈타인 킬은 또 다음 시즌 1부 승격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시즌 2부 리그에서 3위를 차지한 홀슈타인 킬은 1부 리그 16위인 볼프스부르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패해 승격이 좌절됐다.
한편 이재성은 입단하고 하루 뒤 데뷔전을 치렀다. 이재성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에이바르와의 친선경기에 후반 33분 교체 투입됐다. 이재성은 구단 SNS 영상을 통해 입단 소감을 전했다. “할로(안녕하세요), 킬!”이라는 짧은 독일어로 인사한 이재성은 “하루빨리 경기장에 가서 팬과 만나고 싶다”면서 “팀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겠다”고 다짐했다. 홀슈타인 킬은 다음 달 4일 함부르크와 2018∼2019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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