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여만에 ‘가이드 라인’ 논란
‘수사무용론’까지 제기될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기무사령부의 이른바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의 전면에 나서 이를 ‘불법적 일탈 행위’로 규정한 것을 두고 ‘낙인 찍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30일 “민관 합동 수사본부의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이드 라인’을 주는 듯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계속되면 수사 무용론도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논란도 일고 있다.
논란을 촉발한 것은 문 대통령의 지난 27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발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말했다. 계엄령 문건의 성격과 작성·지시 주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를 세월호 유족 사찰과 동일선상에 두고 ‘불법적 일탈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독립 수사단 구성과 공정 수사를 지시할 때만 해도 군 통수권자로서의 고유 권한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월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엄중함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16일 문 대통령이 국방부와 기무사, 각 부대 사이에 오고 간 모든 계엄령 관련 문건과 보고를 제출하라고 지시하면서 수사 개입 논란이 커졌다. 당시 청와대는 “수사와 별도로 진행되는 것으로 영향을 미칠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20일 계엄 문건의 ‘대비 계획 세부 자료’를 입수해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26일 “왜 이런 (계엄)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면서도 다음 날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 일탈 행위”라고 언급해 ‘가이드 라인’ 논란을 자초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문 대통령이 계속 계엄 문건을 거론하고 나선다면 짜맞추기식 수사가 될 위험성이 있다”며 “정치적 공방으로 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비역 대령 출신인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도 “문 대통령이 수사 ‘가이드 라인’을 준다는 논란이 생길수록 문건 수사의 본질에서 더 멀어지는 것”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확실한 처벌과 조치가 이뤄지면 될 일”이라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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