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사납금 올릴까 걱정”
개인택시“요금인상 빨리 시행”


서울시의 택시요금 인상 추진을 놓고 개인택시 기사와 법인택시 기사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연료비 상승 등을 고려해 택시요금 인상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인택시 기사들은 회사에 내는 사납금 인상으로 이어질 바엔 요금 동결이 차라리 낫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서울 노원구의 한 택시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모(59) 씨는 택시요금이 올라도 6개월 후 사납금이 오르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2013년 택시 기본요금이 2400원에서 3000원으로 오르고 주행요금이 144m당 100원에서 142m당 100원으로 증가했지만, 수입은 감소했다. 하루에 평균 손님을 20∼25명 태운다고 할 때 수입은 1만5000원 정도 늘었는데, 하루 사납금은 일괄적으로 2만5000원이 올랐다. 부족한 사납금을 메우다 보면 오히려 손해를 보기가 일쑤였다. 정 씨는 30일 “택시요금이 인상되면 몇 개월 동안은 손님이 줄어들어 수입이 감소한다”며 “6개월 뒤에 사납금마저 인상이 된다면 손님은 줄어들고, 회사에 돈은 더 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라리 택시 요금을 올리지 않는 편이 낫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택시회사 소속 김모(63) 씨 역시 “결국 사납금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하거나 장거리 손님을 태우기 위해 승차거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택시 기사들의 입장은 달랐다. 택시요금이 마지막으로 오른 후 지난 5년 동안 연료비와 물가는 계속 올랐는데, 택시 요금만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도봉구에 사는 개인택시 기사 윤모(69) 씨는 “5년간 연료, 차량 부품, 보험료 등이 다 올라 살기가 너무 어렵다”며 “최소한 그만큼이라도 택시요금이 올라야 택시기사도 먹고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28년째 개인택시를 하고 있는 오모(69) 씨는 “부산은 지난해 기본요금을 올려 서울보다 높은데 서울은 5년째 그대로인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당분간 사납금 동결을 업계에 요구하고 있고, 일정 기간 후 사납금이 인상돼도 그 폭이 최소한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기사들의 최저임금 인상 문제 등이 함께 작용하다 보니 택시 회사의 사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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