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경궁로 중구청 잔디광장 앞에 30일 ‘늑장행정 눈치행정 반성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중구청 제공
서울 창경궁로 중구청 잔디광장 앞에 30일 ‘늑장행정 눈치행정 반성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중구청 제공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반성문’
그늘막 설치, 주민 위주 재조정


“주민보다 공공기관을 우선한 행정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의 관료주의를 깬 파격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서 중구청장은 30일 도로변 그늘막 설치와 관련한 구의 늑장·눈치 행정에 대해 주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서 구청장은 이날 오전 중구청 잔디광장에서 기자회견 및 긴급 직원 조례를 열고 “연일 계속되는 최악의 폭염에도 불구하고 그늘막 설치가 늦어지는 데다 위치도 주민이 원하는 장소가 아닌 곳이 많다. 게다가 서울광장 앞은 서울시 간부의 말 한마디에 세워졌다”며 “늑장 행정, 눈치 행정 등 부끄러운 구정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환골탈태하고, 중구민을 위한 중구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초 중구는 30일 지역 내 50곳에 그늘막을 설치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구민들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곳보다 시청 앞이나 대로변 위주로 설치돼 주민 요구와는 동떨어진 행정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서울광장 앞에 설치된 것은 시의 한 간부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구는 예정된 설치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주민 수요를 바탕으로 위치를 재조정한 후 내달 10일까지 설치를 끝낼 계획이다. 추가 수요 요구를 파악해 8월 말까지 추가 설치도 완료할 예정이다. 구는 서울광장에 그늘막 설치를 요구한 서울시 간부와 이를 수용한 구청 담당 부서 관계자에 대해서는 서울시에 징계를 요구할 방침이다. 서 구청장은 반성하는 의미를 담은 플래카드를 중구청사에 걸고, 서울광장에 설치됐다가 수거한 그늘막을 민선 7기가 끝나는 2022년 6월까지 중구청 광장에 계속 두기로 했다.

김도연 기자 kdychi@munhwa.com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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