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20㎞까지 모터로 주행
힘 넘치는데 탄소배출은 적어
환경 지킨다 생각에 어깨 으쓱
정부, 車 구매 보조금만 줄 뿐
충전시설 지원은 턱없이 부족
친환경 차와의 첫 만남은 녹록지 않았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의 충전 인프라가 예상외로 열악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동차를 잘 만들었더라도, 배터리에 전기를 충전하는 시스템이 적용된 차라면 충전 인프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순수 전기차(EV)와 달리 PHEV에 대해서는 정부의 인프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PHEV에 주력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정보기술(IT)기업과 제휴해 자체적으로 충전소를 마련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BMW 740e i퍼포먼스 M 스포츠 패키지(사진)를 운전해 봤다. i퍼포먼스 모델은 BMW e드라이브(Drive) 시스템이 적용된 PHEV다. BMW의 EV는 i모델, PHEV는 i퍼포먼스 모델로 불린다. 740e i퍼포먼스는 충전 소켓 커버와 옆면 뒤쪽에 eDrive 배지 등을 붙여 친환경 차임을 부각하고 있다. 대형 세단인 7시리즈에 해당하지만, 배기량 1998㏄짜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달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고 출력 326마력, 최대 토크 51.0㎏·m의 성능을 낼 수 있는 건 전기 모터가 113마력과 25.5㎏·m을 보태기 때문이다.
변속기 옆 ‘e드라이브’ 버튼을 누르면 PHEV 주행 시스템이 전기 모드로 바뀐다. ‘오토 e드라이브’는 지능형 에너지 관리를 통해 저속 및 일상 주행 속도에서는 순수 전기 모드로 운행하도록 설정되며, 시속 70㎞를 넘거나 급가속을 할 때는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도록 변경된다. ‘맥스 e드라이브’는 최고 시속 120㎞까지 전기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다. 단,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엔진이 가동된다.
e드라이브를 활성화하면 계기판부터 푸른색 계열로 변하고 전기로 주행한 거리 등이 표시돼 ‘환경을 생각하는 깨어 있는 운전자’가 됐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도심 주행에서는 시속 70㎞를 넘을 일이 없으므로, e드라이브 모드로 연료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도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게다가 엔진 가동 없이 전기 모터로만 달릴 때는 주행 중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했다.
하지만 시승용 차를 받았을 때는 배터리가 거의 남지 않은 상태였다. 충전해서 제원표에 소개된 주행 가능 거리 등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BMW의 740e 소개 자료에는 완전 충전까지 가정용 소켓으로 약 4시간, BMW 전용 월박스(Wallbox)로는 약 2시간 걸리고, 100% 충전 때 e드라이브 모드로 26㎞를 갈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런데 충전을 하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좌충우돌이 시작됐다. PHEV는 내연기관 차는 물론 일반 하이브리드차(HEV)보다도 탄소 배출량이 적다. 물론 EV나 수소전기차(FCEV)는 탄소 배출이 아예 없지만, EV의 경우 아직 장거리를 달리기에는 배터리 용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FCEV는 이제 초기 단계다.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가 모두 있는 PHEV는 과도기 친환경 차로서 장점을 갖고 있다. 정부도 HEV에 대한 구매 보조금(대당 50만 원)은 당장 내년부터 폐지하면서도 PHEV 구매 보조금(500만 원)은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이렇게 보면 PHEV는 분명 장려되는 차량인데도, 충전 인프라는 생각보다 더 열악했다.
차량용 전기 충전이니까 막연하게 EV를 충전할 수 있는 곳에 가면 PHEV도 충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만남의 광장 휴게소를 찾았다. 완벽한 오산이었다. 완전 전기차가 아닌 PHEV는 배터리 크기가 작아서 완속충전만 가능하며, AC(교류) 타입1 커넥터가 있어야 충전 소켓 구멍에 들어맞는다. BMW뿐 아니라 현대차나 기아차 PHEV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곳에는 EV 급속충전용 DC(직류) 콤보 타입2(국내 및 유럽)와 차데모(일본식), AC 커넥터 중에서는 급속충전이 가능한 타입2만 비치돼 있었다.
결국 PHEV를 충전하려면 빌딩이나 일부 아파트 주차장 벽에 있는 일반 220V 소켓에 꽂거나, 전용 충전소를 찾아가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회사들이 자기 돈을 들여 충전소를 만들고 있다. BMW 코리아는 2014년 포스코ICT 및 이마트와 협약을 맺고 충전 멤버십 시스템을 구축, 전국 60개 이마트 지점에 충전 월박스를 설치했다. 현재는 BMW 매장 등까지 포함해 전국 88곳에 총 140대의 충전기가 마련돼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최근 KT와 손잡고 자사 전기구동화 브랜드인 ‘EQ’ 차량용 충전기를 개발하고, 전국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7월 기준 전국에 총 72개가 설치됐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PHEV 구매자가 가정에 충전기 설치를 원하면 판매도 한다.
이쯤 되니 어떻게든 충전을 해보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겨 이마트 양재점으로 차를 몰았다. 하지만 PHEV를 충전하려면 차를 살 때 지급된 충전용 멤버십 카드를 갖고 다녀야 한다. 시승용 차에는 카드가 비치돼 있지 않아 BMW 코리아를 통해 원격으로 결제해야 했다. 차를 산 사람이라도 카드를 놔두고 오면 얼마든지 충전할 길이 막막해질 수 있다. EV도 충전용 멤버십 카드가 있지만, 일반 신용카드도 사용할 수 있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EV보다 PHEV 충전 인프라가 열악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우여곡절 끝에 약 40분간 충전 케이블을 연결해 두자 20%가량 충전됐고, 맥스 e드라이브 모드로 6㎞ 정도를 갈 수 있었다. 제원표에 적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능이었다. 하지만 이 차의 가격은 디젤 모델인 740d x드라이브와 거의 차이가 없다. PHEV를 샀다가 정부의 인프라 지원 차별로 충전에 불편을 겪어야 한다면, 소비자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경유차를 줄여야 한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만 생긴 PHEV 체험이었다.
김성훈 기자 ta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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